“규제개혁 끝까지 일관되게 추진해야”…김기문, 정부에 합리화 과제 100건 전달
규제 부담을 둘러싼 갈등과 경제 활력 논쟁 속에서 중소기업계와 국무총리실이 맞붙었다. 규제개혁을 둘러싼 물음은 내년 경제 운용의 핵심 쟁점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 합리화 현장대화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정부에 규제개혁의 일관된 추진을 거듭 요청했다. 정부가 6대 구조개혁 가운데 규제개혁을 첫 번째 과제로 내세운 상황에서, 중소기업 현장의 요구를 직접 전달하는 자리였다.

김기문 회장은 축사에서 “정부가 6대 분야 구조개혁 중 규제개혁을 첫 번째로 강조한 만큼 끝까지 일관성 있게 규제개혁을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대 정부 모두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안타깝게도 정권 말로 갈수록 관심에서 멀어진 게 사실”이라고 지적하며 규제개혁의 ‘용두사미’를 경계했다.
중소기업계가 체감하는 규제 강도도 소개됐다. 김 회장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규제 수준이 높다’는 응답이 43.7%로 ‘낮다’는 응답 10.0%보다 4배 높게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규제 방식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 방식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지티브 규제는 허용된 것만 가능하고 나머지는 금지하는 방식이고,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허용하는 규제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는 네거티브 규제 전환이 신산업 진출과 사업 다각화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주에 성공적으로 발사된 누리호에 300여개가 넘는 중소기업 제품이 들어가 있다”고 밝히며, “중소기업들도 넓어진 경제영토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주 산업 참여 사례를 통해 중소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현장대화에는 정부 측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관계 부처 차관들이 참석했다. 중소기업계에선 각 업종별 중소기업단체장과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들이 자리해 업종별 현안을 전달했다. 국무총리실과 각 부처가 동시에 참석한 만큼 중소기업계는 규제 개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현장에서 발굴한 규제 합리화 과제 100건을 정부에 정식 전달했다. 과제들은 수출, 공공조달, 환경·안전, 신산업 규제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수출바우처사업 중 해외인증사업 선지급제도 도입, 기업 규모별 참여가 가능한 공공소프트웨어 사업 범위 개선, 재사용 전지 인증 부담 완화, 하도급 공사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의무화 등 7건은 행사장에서 직접 소개됐다. 관계 부처는 현장에서 각각에 대해 답변하며 제도 개선 방향과 검토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93건에 대해서는 국무조정실이 간담회 후 검토를 거쳐 회신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은 부처 간 조정과 후속 조치 점검 역할을 맡고 있어, 과제별 수용 여부와 제도 반영 시기 등이 회신 과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규제개혁 속도와 방향을 두고 향후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계가 네거티브 규제 전환과 규제 합리화를 집중 요구한 만큼, 여야는 향후 국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관련 법·제도 개편 논의를 병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무총리실과 국회는 이날 제기된 100건의 규제 합리화 과제를 토대로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후속 검토 결과를 정리해 관련 법령·지침 개정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중소기업 규제개혁 입법 논의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