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KT 차기 CEO 숏리스트 공개하나…지배구조 투명성 시험대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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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최종 면접 대상자 명단을 외부에 공개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사회 산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33명 지원자 중 3명에서 4명 수준의 최종 면접군을 압축해 연내 주주총회 추천용 단수 후보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통신과 디지털 인프라를 아우르는 대형 IT 기업 수장이 교체되는 과정인 만큼, 정보 공개 수준이 향후 지배구조 신뢰도와 산업 전반의 거버넌스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2023년 선임 절차 당시와 마찬가지로 롱리스트는 비공개하되, 최종 숏리스트는 대외 공개하는 절충형 방식이 다시 택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 산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인선자문단의 서류 평가 의견을 토대로 대표이사 후보군을 추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선자문단은 공개 모집 지원자, 사내 인사, 외부 전문기관 추천 인사를 합쳐 총 33명으로 구성된 후보군에 대해 서류 평가를 실시했다. 이추위는 해당 평가 결과를 반영해 면접 심사 대상자, 이른바 숏리스트를 3명에서 4명 수준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인선자문단은 기업경영, 산업,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등 분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구체적인 위원 구성은 평가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자문단 역할은 서류 검토 의견을 제시하는 단계까지이며, 이후 심층 면접과 최종 후보 압축은 이추위가 직접 주도한다.

 

절차상 인선자문단은 다각도로 확보된 후보들의 이력과 역량을 서류 기반으로 검증해 이추위에 평가 의견을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추위가 1차 압축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심층 심사를 진행하고, 최종 면접 대상자 명단을 확정하는 구조다. KT는 이 과정 전체를 연내 마무리해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대표이사 단수 후보를 이사회 차원에서 확정하는 로드맵을 세워둔 상태다.

 

정보 공개 수준을 둘러싼 논의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추위는 이번 공모 직후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가 33명이라는 숫자만 공개하고, 각각의 명단은 비공개하기로 했다. 2023년 김영섭 대표 선임 과정에서 롱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았던 관행을 다시 적용한 셈이다. 당시 이추위는 공정성 확보와 후보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들었다.

 

다만 2023년 초 구현모 전 대표 연임 도전 당시에는 상황이 달랐다. 당시 KT는 롱리스트 34명 명단을 공개했으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문제 삼으면서 CEO 선임 절차가 중단됐고, 재공모로 이어지며 선임 프로세스가 두 번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와 이사회, 경영진을 둘러싼 지배구조 논쟁이 장기화되며, 통신과 IT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 전략 의사결정에도 차질을 빚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2023년 재공모 과정에서 이추위는 롱리스트를 비공개하고, 최종 면접 대상자 3명으로 구성된 숏리스트만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 숏리스트에는 김영섭 현 대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차상균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례에 비춰 볼 때, 이번에도 롱리스트는 비공개하되 숏리스트는 대외 공개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절차상 일정도 비슷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2023년 공모 마감 이후 숏리스트가 외부에 확인되기까지는 약 2주가 소요됐다. 이번 공모는 이달 16일 마감됐으며, 이 추세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이달 말께 최종 면접 대상자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후 이사회는 이추위가 보고한 결과를 토대로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하게 된다.

 

KT 차기 CEO 선임은 국내 통신 시장과 디지털 전환 전략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5G 이후 6G 준비,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기업용 디지털 전환 사업 확대 등 중장기 프로젝트를 이끌 컨트롤타워가 바뀌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통신과 IT 인프라가 결합된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해 온 KT의 향후 투자 우선순위와 M&A 전략, 파트너십 구도도 새 대표 체제에서 재정렬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선임 과정이 KT 지배구조 투명성과 독립성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본다. 최대 주주 국민연금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장기적으로 통신·IT 인프라 기업의 가치가 ESG와 지배구조 개선 여부에 좌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숏리스트 공개 여부는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이해관계자 신뢰와 시장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징적 지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거대 통신사의 대표 선임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될 경우, 통신과 IT·바이오 융합 서비스에 대한 투자와 파트너십 체결 속도가 유지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반대로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면 대형 프로젝트와 신규 서비스 전략이 다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산업계는 KT 이사회가 어느 수준까지 후보 정보를 공개하며 시장과 소통할지, 그리고 그 결과가 향후 대기업 지배구조 논의에 어떤 기준점이 될지 지켜보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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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이사후보추천위원회#인선자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