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경제로 구조 문제 풀겠다”…당정대, 기본법 제정 논의 속도
정책 노선을 두고 갈라진 정치권 구도가 다시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을 위한 협의에 나서면서 양극화와 지방소멸 같은 구조적 위기를 둘러싼 해법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20일 협의회를 열고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 방향과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협의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법적 지위와 정부 지원체계 설계 문제가 안건으로 올랐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활동에 대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에 사회연대경제의 개념과 범위를 명시하고, 부처별 소관 기능을 조정해 통합 지원체계를 만드는 구상이 논의됐다.
회의에서는 특히 어느 부처가 주무를 맡을지, 그리고 부처 간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사회연대경제 영역이 고용, 재정, 금융, 지역 정책에 걸쳐 있는 만큼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간 기능 배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위원장인 복기왕 의원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한 지원체계를 강조했다. 그는 "행정안전부가 주무 부처로서 기능과 역량을 발휘하도록 집중하겠다"고 밝힌 뒤 "윤석열 정부가 예산 삭감을 시작으로 이념 프레임으로 탄압하고 억압했던 사회연대경제의 겨울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과 함께 예산과 제도를 동원해 사회연대경제 영역을 다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회연대경제를 통해 구조적 문제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윤 장관은 "시민참여 활성화를 통해 양극화, 기후 위기, 지방소멸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연대경제는 지역사회 기본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에 입법 지원을 요청했다. 행정안전부가 지역 공동체 기반 정책과 연계해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대통령실도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하며 보조를 맞췄다. 전성환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은 "국민주권정부의 성공 여부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사회연대경제를 확산하는 것이 정부의 소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법 통과를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하며 여야를 포괄한 제도화 논의를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영수 국무조정실 1차장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관계자 등도 참석했다. 국무조정실과 재정·노동·금융 부처가 한 자리에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을 논의한 만큼, 법안 제정 과정에서 범정부 조정 기능이 작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다만 구체적인 법안 내용과 부처별 역할 조정, 예산 규모를 둘러싸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만큼,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 공방과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맞물릴 전망이다. 특히 재정 부담과 시장 영향 등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의 세부 입장이 쟁점으로 부상할 여지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 논의가 내년 예산심사와 총선 구도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극화와 지방소멸, 기후 위기 등 민생 이슈에 대한 해법 경쟁이 부각되면서, 각 정당이 사회적 경제 영역을 어떻게 재구성할지에 따라 중도층과 지역 민심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국회는 향후 관련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부와 대통령실도 부처 간 협의를 이어가며 법안 세부 내용을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은 사회연대경제를 둘러싼 입법 방향을 놓고 또 한 차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을 안은 채 후속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