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보험 청구 3년래 최저”…미국, 연준 금리 인하 기대 속 뉴욕증시 관망 기조 이어가
현지시각 4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뉴욕증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보합권에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주간 실업보험 청구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결정과 향후 통화정책 힌트를 기다리며 관망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4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96포인트(0.07%) 떨어진 47,850.94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7.40포인트(0.11%) 오른 6,857.12, 나스닥종합지수는 51.04포인트(0.22%) 상승한 23,505.14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주 급반등 이후 차익 실현과 가격 부담을 의식한 숨 고르기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노동부는 11월 29일로 끝난 한 주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계절 조정 기준 19만1천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직전주보다 2만7천건 줄었고, 시장 예상치를 약 3만건 하회해 2022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노동부는 이 같은 통계를 토대로 미국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 지표 개선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서둘러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할 필요성을 낮추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됐다. 미 연방 정부의 역대 최장기 셧다운으로 10월 공식 고용지표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신규 실업보험 청구 같은 보조 지표에 의존해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조치는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다만 월가에서는 이번 주간 실업보험 통계가 추수감사절 연휴에 따른 계절적 요인으로 왜곡됐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씨티그룹은 투자 노트에서 “이번 주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 감소를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향후 몇 주 안에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견조한 고용 흐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번 수치는 일시적 변동에 가깝다는 신중론이다.
연준은 이날부터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침묵기간’에 들어가 시장에 추가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를 움직일 만한 뚜렷한 재료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25bp) 인하될 가능성을 약 87% 수준으로 반영했다. 시장은 금리 인하 개시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이후 인하 속도와 폭에 주목하고 있다.
오리온의 팀 홀랜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바닥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본다”며 “주간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추수감사절 연휴로 왜곡됐으나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고, 다음 주 연준의 금리 인하를 막을 만한 데이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견조한 고용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공존하는 가운데, 뉴욕증시가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종별로는 1% 이상 움직인 섹터가 없었다. 산업과 금융, 에너지, 통신서비스, 기술 업종이 소폭 상승해 지수 방어를 도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대형주와 성장주의 방향성이 엇갈리며 개별 종목 장세 양상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국면에서 이익 성장 여력이 큰 기업을 선별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시가총액 1조달러 이상 대형 기술주 가운데 엔비디아는 2.16%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반면 아마존과 애플은 모두 1% 넘게 하락해 대조를 이뤘다. 메타는 메타버스 사업 부문을 축소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3.43% 상승했다. 메타 주가는 장중 한때 5.71%까지 오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과거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꾸며 메타버스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만큼, 사업 구조 조정 계획이 투자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오라클은 향후 기대 매출이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월가 평가가 이어지며 3.18% 올랐다. 세일즈포스는 시장 예상치를 웃돈 3분기 호실적과 4분기 매출 전망 상향을 발표한 뒤 주가가 3.62% 상승했다. 반면 인텔은 애플의 ‘M시리즈’ 칩 생산을 내년부터 수주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단기 급등한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7.45% 급락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일보다 0.30포인트(1.87%) 내린 15.78을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커지지는 않은 가운데, 위험자산 선호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국제 금융시장은 다가오는 FOMC 결과와 연준의 향후 금리 인하 경로가 글로벌 자금 흐름과 증시 방향성을 어떻게 바꿀지 주시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통화정책 결정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완화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