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 공동성명서, ‘김정은 정권 종말’ 경고 빠졌다”…이재명 정부 대북 유화 신호
한미 동맹의 대북 메시지가 한층 유연해지고 있다.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기존 ‘북한 핵 사용시 김정은 정권의 종말’ 문구와 주한미군 ‘현수준 유지’ 표기가 제외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미 양국이 향후 전략을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해석이 잇따른다. 이재명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 전환이 맞물리면서 대북 기조 변화에 이목이 집중된다.
7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SCM 공동성명은 지난해와 달리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책임론적 경고 문구를 담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처음 나오는 성명으로, 북한 비핵화 및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등은 언급되지만 김정은 정권을 직접 지목한 공격적 표현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외교 구상, 양국 이익을 고려한 신중한 조율의 결과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한 SCM 성명에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동북아 평화·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전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원칙적 합의만 재확인했을 뿐, 기존에 반복되던 ‘현재의 전력 수준을 유지한다’는 식의 직접적인 표현은 2020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사라졌다. 전문가는 “향후 주한미군의 구성이나 규모, 역할 변화 가능성이 열렸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군 관계자는 “실질 맥락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공동성명서에선 한미 양국이 대비 대상으로 삼는 범위 역시 달라졌다. 지난해까진 ‘북한의 침략’이 주된 위협 요소로 꼽혔으나, 올해는 ‘북한을 포함한 모든 역내 위협(all regional threats)’에 미군의 재래식 억제력 강화가 명시됐다. 주한미군이 더 이상 ‘북한 대응’에 한정되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조해온 미군 전략적 유연성 기조가 공동문건에 일부 반영된 셈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공방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여당은 한미동맹의 유연하고 책임 있는 대북 메시지라고 평가하는 반면, 야권에서는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 수위가 약화됐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반도 안보 지형의 변화가 주한미군의 체계·역할 변화로 이어질지, 당장 정가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태세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이후, 역사적 의미를 지닌 이번 SCM 공동성명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정치권은 새 대북 정책과 안보전략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