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타 랠리 실종에 코스피 0.31% 하락…미 증시 약세·은 가격 폭락에 변동성 확대

최동현 기자
입력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가 무산된 가운데 연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미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30일 국내 증시도 동반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은 가격 급락으로 은 선물 인버스 ETN이 급등하는 등 원자재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 위축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30일 오전 9시 22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1% 내린 4,207.36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이 1,202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56억 원, 142억 원 규모로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하방 압력이 거세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0.38% 하락한 929.06포인트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에서도 개인이 1,418억 원을 순매수하는 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67억 원, 137억 원어치를 동반 매도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지수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에 밀려 약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사진=톱스타뉴스 포토DB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지수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에 밀려 약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사진=톱스타뉴스 포토DB

국내 증시 약세는 간밤 미국 뉴욕증시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9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0.51%, 0.50% 하락 마감했다. 연말을 앞두고 공격적인 포지션 확대보다는 차익실현 욕구가 부각되면서 통상 연말 랠리로 불리는 산타 랠리가 실종된 것이다. 특히 테슬라가 3% 넘게 하락하는 등 주요 대형 기술주의 조정 흐름이 국내 성장주, 기술주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원자재 시장의 급격한 가격 변동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국제 은 가격은 간밤 장중 9% 넘게 폭락했고, 금값 역시 4%대 급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관련 파생상품이 상장된 국내 증시에서도 은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으로 투기성 단기 자금과 헤지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달러 강세 가능성, 연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 복합 요인이 원자재 가격 하락을 자극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업종별로는 방어주 성격이 강한 내수 소비재와 경기 방어 업종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인터넷과카탈로그소매 업종이 1.61% 상승하며 가장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고, 판매업체가 1.42%, 건강관리장비와용품이 1.08%, 가정용품이 1.07% 오르며 코스피와 코스닥의 지수 하락 폭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기대되는 종목군으로 수급이 쏠리는 전형적인 약세장 패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마별로는 개별 호재를 중심으로 한 순환매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건설 중소형 테마가 2.27% 오르며 강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상지건설과 동신건설이 상승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솔루션 테마에서는 키네마스터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대장주 역할을 하면서 테마 지수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와 정책 기대감이 맞물린 출산 관련 테마도 동반 강세다. 저출산 위기감 부각과 정부의 출산장려정책 추진 기대가 반영되며 출산장려정책 테마가 1.24%, 엔젤산업 테마가 1.13% 올랐다. 에르코스, 꿈비 등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거론되며 견조한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핵융합에너지 테마 역시 기술주 전반의 약세 속에서 차별화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비츠로넥스텍과 모비스가 강세를 보이며 1.11% 상승한 핵융합에너지 테마 지수의 기술적 반등을 이끌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부각되는 테마 중심으로 단기 수급이 몰리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종목군은 원자재 관련 ETN이다. 국제 은 가격 급락 소식에 은 선물 가격 하락을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이 일제히 폭등했다. N2 인버스 레버리지 은 선물 ETN H는 13.83% 급등했고, 메리츠 인버스 2X 은 선물 ETN H가 12.82%, KB 인버스 2X 은 선물 ETN H가 12.63% 오르며 상위권에 안착했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레버리지성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거래량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특성상 급등락이 잦은 만큼 투자 시 손실 위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건설주 우선주 역시 강한 탄력을 보이고 있다. 태영건설우는 26.48% 급등해 상한가에 육박했으며 동부건설우도 13.64% 상승했다. 건설 업종 전반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우선주의 낮은 유동성이 맞물리면서 본주 대비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코스닥 시장은 개별 종목 중심의 장세가 뚜렷하다. 동영상 편집 애플리케이션 전문기업 키네마스터는 30.00%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도체 습도제어 솔루션 기업 저스템도 29.89% 오르며 상한가에 안착했다. 뚜렷한 매수 주체가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종목은 실적과 기술 경쟁력, 성장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기 수급을 흡수하고 있다는 평가다.  

 

자율주행 및 로봇 관련주 강세도 눈에 띈다. 로봇청소기 등 스마트 가전 기업 에브리봇이 14.74%, 자동차 부품사 삼보모터스가 21.65%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자율주행과 로봇 자동화 분야가 중장기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가운데, 최근 국내외 관련 뉴스와 정책 기대가 겹치며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건설 테마 강세와 맞물려 상지건설이 15.97%, 동신건설이 15.10% 오르는 등 코스닥 내 중소형 건설주가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정치 테마 성격을 띠는 대표 지수 ETF들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주로 분류되거나 과거 후보 시절 투자 이력으로 주목됐던 대표 지수 ETF 가운데 KODEX 200은 0.07% 오른 60,760원에 거래되며 코스피 지수 대비 선방하는 모습이다. 반면 KODEX 코스닥150은 0.42% 하락한 15,515원을 기록해 코스닥 약세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에 맞선 개인 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줄다리기를 벌이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남은 장에서는 외국인 매도 규모가 축소될지, 그리고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따라 은 선물 인버스 등 파생상품 시장의 등락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특히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는 은 관련 ETN의 가격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수 있어, 시장 일각에서는 레버리지 상품 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향후 국내 증시는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원자재 가격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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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키네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