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선 회복…엔비디아 호실적에 외국인·기관 동반 매수
코스피가 20일 장 초반 4,000선을 회복했다. 글로벌 인공지능 대표주인 엔비디아의 호실적에 힘입어 미국 기술주가 반등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된 영향이다. 투자심리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말 증시 랠리 가능성을 키우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일 오전 9시 12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1.13포인트 2.06퍼센트 오른 4,010.64를 기록했다. 장 시작과 함께 101.46포인트 2.58퍼센트 급등한 4,030.97에 출발한 뒤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4,000선 초반에서 등락하는 흐름이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오전 기준 475억 원을 순매수했고, 기관도 380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반면 개인은 996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기관 중 연기금은 194억 원을 순매도해 이익 실현 움직임을 보였다.
파생상품시장에서도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가 확인됐다. 코스피200선물에서 외국인은 381억 원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현·선물 동반 매수에 나섰다. 개인은 선물시장에서 43억 원 매수 우위를 보였고, 기관은 374억 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환율은 달러 강세 기조를 이어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원 오른 1,467.4원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통상 강달러는 외국인 자금 유출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날은 엔비디아 호실적에 따른 글로벌 기술주 위험선호가 이러한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한 모습이다.
전날 뉴욕증시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2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확대와 인공지능 버블 논란 등으로 약세를 이어오다, 3대 지수 모두 상승 마감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0퍼센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38퍼센트, 0.59퍼센트 올랐다. 다우와 S&P 500은 5거래일 만에, 나스닥은 3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미 노동통계국이 연방정부 셧다운 영향으로 10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취소한다고 밝히면서 장중에는 지수가 일시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았다. 12월 금리 인하 명분을 뒷받침할 노동시장 둔화 신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장 마감 무렵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기술주에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요 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엔비디아가 뉴욕증시 마감 이후 내놓은 자체 회계연도 3분기 8월부터 10월 실적은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돌며 국내외 투자심리를 추가로 자극했다.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퍼센트 증가한 570억1천만 달러 약 83조4천억 원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인 549억2천만 달러를 상회하는 성적이다. 회사 측은 4분기 11월부터 내년 1월 매출도 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제시하며 성장세 지속을 예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망에 속한 반도체 대형주가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전 거래일보다 4.63퍼센트 오른 58만8천 원에 거래되며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3.11퍼센트 상승한 9만9천5백 원을 기록 중이며, 장 초반 한때 10만9백 원까지 오르며 소위 10만 전자를 잠시 회복했다.
성장주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모습도 뚜렷하다. SK스퀘어는 7.07퍼센트 급등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4.30퍼센트 올랐다. 네이버는 4.23퍼센트 상승 중이며 HD현대중공업 2.26퍼센트, 한화오션 1.71퍼센트, LG에너지솔루션 0.80퍼센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0.44퍼센트, 기아 0.44퍼센트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오름세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이 0.05퍼센트 소폭 하락한 것을 제외하고 전 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전자가 3.46퍼센트, 기계·장비 3.00퍼센트, IT·서비스 1.85퍼센트, 전기·가스 1.76퍼센트, 건설 1.65퍼센트, 금융 1.43퍼센트, 유통 1.36퍼센트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엔비디아 수혜 기대가 반도체는 물론 관련 장비·인프라·플랫폼까지 폭넓게 반영되는 양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형 성장주 비중이 큰 코스닥 시장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65포인트 1.80퍼센트 오른 886.97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은 장 초반 12.78포인트 1.47퍼센트 상승한 884.10에 출발한 뒤 880선 후반에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에서는 외국인이 385억 원을 순매수하며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55억 원, 39억 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2차전지·성장주도 동반 강세다. 보로노이는 8.62퍼센트 급등했고, 펩트론은 6.88퍼센트 올랐다. 케어젠 5.86퍼센트, 알테오젠 4.04퍼센트, 코오롱티슈진 3.53퍼센트, 에코프로 3.15퍼센트 등 주요 종목이 모두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행사 연설에서 기준금리 수준을 두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공개 압박한 점은 금융시장에 정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 보도를 통해 스콧이 망친 유일한 일은 연준이라며 기준금리가 너무 높다고 지적하고, 조속한 조정을 요구하지 않으면 해임을 언급하는 발언을 내놨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 관련 투자 스토리가 다시 부각되면서, 단기적으로 기술주 중심의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미국 금리 경로와 달러 강세, 정치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해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병행된다. 향후 글로벌 증시 방향은 미 연준의 12월 통화정책 결정과 주요 기술주의 실적 흐름에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