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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호숫가, 그리고 촉촉한 공기”…포천의 흐린 날씨가 만든 사색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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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호숫가, 그리고 촉촉한 공기”…포천의 흐린 날씨가 만든 사색의 하루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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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부러 흐린 날을 골라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었다. 화창함 대신 촉촉한 숲길과 잔잔한 호수가 마음을 다독여주는 계절, 포천은 그런 이들에게 사색의 쉼표를 선물한다.

 

경기도 포천은 산, 숲, 강, 그리고 호수가 어우러진 곳이다. 25일 오전, 기온 26.7도를 기록한 포천 하늘엔 구름이 드리워졌다. 96%의 눅진한 습도, 그리고 한때 예보된 비 소식까지. 이날 포천의 촉촉한 공기 안에서 자연을 만나는 여행자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천천히, 깊이 머문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비둘기낭 폭포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비둘기낭 폭포

첫 번째 목적지는 소흘읍 국립수목원. 광릉숲 깊숙이 우거진 이곳은 국내 산림 생물종 연구의 요람으로, 다양한 식물과 희귀종이 살아 숨 쉰다. 잘 손질된 산책로를 걸을 때면 짙은 숲내음과 초록빛 그늘이 사방을 감싼다. 숲의 고요와 토양의 온기 속에서 “이곳을 걷고 있노라면 평소엔 잘 느끼지 못한 마음의 평온이 차오른다”고 방문객들은 표현했다.

 

포천 영북면의 마이애니멀스토리 in 평강랜드에서는 가족 단위 여행자들이 모여 든다. 초록 식물원 사이 동물들의 움직임, 아이 손을 꼭 쥐고 산책로를 걷는 부모들, “귀여운 검은코양을 보러 또 오고 싶다”고 말하는 어린이들의 웃음이 자연을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동물과의 교감은 어른들에게도 어릴 적 감정을 무심코 꺼내 준다.

 

흐린 날에 더욱 매력적인 비경, 산정호수는 잔잔한 수면 위에 명성산의 그림자가 물든다. 둘레길을 따라 호수를 돌면, 때로는 빗방울에 젖은 흙내와 서늘한 바람이 일상을 잠시 잊게 만든다. “예전엔 맑은 날만 찾았지만, 흐린 날의 호수 풍경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처럼, 여유의 감도 달라졌다.

 

이어 들른 비둘기낭폭포는 현무암 계곡과 주상절리가 만든 신비한 절경으로, 에메랄드빛 소(沼)와 시원한 물줄기가 여름의 습기를 식혀 준다. 태어난 듯한 그늘, 한기를 머금은 폭포 앞에선 누구나 잠시라도 세상 걱정을 내려놓게 된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포천이지만,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걷는 속도와 감각이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일상적인 풍경에 잠깐의 쉼표를 찍으면, 잊었던 감정과 에너지가 돌아온다”고 말한다. 흐린 날의 포천에서 만나는 잔잔한 자연의 순간들이 바로 그 증거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흐린 날이라 더 운치 있다”, “아이와 함께라 더 소중한 추억이 됐다”는 목소리는 계절의 흐름 안에서 다시 한 번 자연을 찾는 이유를 말해준다.

 

작고 소박한 여행이지만, 흐린 포천의 여름 풍경 안에서 우리는 무심코 지나쳤던 내 마음을 다시 만난다. 삶의 리듬은 때론 이렇게 나른하게, 그리고 촉촉하게 다시 맞춰진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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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국립수목원#산정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