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범죄 인지경위 밝혀라"…김건희 집사 사건 재판부, 특검에 수사범위 따져 물었다
수사 범위를 둘러싼 법리 다툼과 특별검사팀의 권한 해석을 놓고 법원과 특검, 피고인 측이 정면으로 맞섰다. 김건희 여사와 가까운 인물로 알려진 김예성 씨의 횡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특검에 범죄 인지 경위를 구체적으로 소명하라고 요구하면서 특검법상 수사 대상 한계를 둘러싼 논쟁이 1심 법정으로 옮겨 붙은 양상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 이현경 부장판사는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예성 씨의 두 번째 공판에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을 향해 특검법상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는 근거를 보다 분명히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특검 측 의견서를 거론하며 "의견서에서 이 사건을 관련 범죄 행위라고 말씀하셨는데, 인지 경위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영장을 비롯해 범죄사실 인지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함께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사 개시의 출발 지점과 물적 근거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보다 앞서 김예성 씨 측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사건은 특검법이 정하는 수사 대상을 벗어난 별건 기소"라고 주장했다. 특검이 본래 부여받은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을 끌어와 기소했다는 문제 제기다.
쟁점은 김건희 특검법이 정한 수사 범위와 관련 범죄의 해석에 맞춰져 있다. 김건희 특검법 제2조 제1항 1호부터 15호까지는 각종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허위 경력 의혹 등 구체적인 15개 의혹을 열거해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제16호에서 1호부터 15호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 행위도 포함하고 있다.
민중기 특검팀은 김예성 씨의 횡령 사건도 이러한 관련 범죄로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의견서 등을 통해 관련 범죄 인지 조항에 따라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김예성 씨 측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입증된 게 없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런 식으로 다 수사 대상이 된다면 특검법이 수사 대상을 한정적으로 열거한 취지가 몰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개정된 김건희 특검법은 관련 범죄 행위의 범주를 보다 구체화했다. 개정 규정은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등뿐 아니라 각 호의 사건과 관련해 영장에 의해 확보한 증거물을 공통으로 하는 범죄 등을 관련 범죄로 명시했다. 이른바 증거물 공통성 요건을 도입해 특검 수사 범위를 법문상으로도 좁히려 한 셈이다.
재판부는 이 개정 규정의 적용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현경 부장판사는 "특검 의견서에서 개정된 특검법이 적용될 수 있다면이라고 적어주셨는데, 개정 전이라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의견을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개정된 특검법이 적용될지 아닐지 견해가 나뉠 것 같다"고 언급해, 개정 전후 법 해석 차이를 놓고 추가 공방을 예고했다.
김예성 씨는 IMS모빌리티가 2023년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 HS효성 등으로부터 184억 원을 투자받는 과정에서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와 함께 24억 3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8월 구속기소 됐다. 특검은 공모 구조와 자금 사용 내역을 집중적으로 추적해 왔다.
민중기 특검팀은 당초 IMS모빌리티에 대한 184억 원 투자 과정에서 투자 주체들이 김예성 씨와 김건희 여사의 친분을 고려해 일종의 보험성 또는 대가성 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주목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김건희 여사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착수의 기초가 된 의혹과 실제 기소 대상 범죄 사이에 연결고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따라붙는다.
법정 공방은 당분간 수사 범위와 별건 여부를 둘러싼 법리 다툼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재판부가 특검에 인지 경위와 영장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특검 수사권 행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법 개정 취지와 관련 범죄 조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법조계 내부에서도 견해가 갈리는 만큼, 이 사건 판단이 향후 다른 특검 수사에도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내달 1일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범위 논란과 재판부 판단을 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재판 경과에 따라 특검법 추가 개정 논의가 다시 불붙을 여지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