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결제 통합한다”…네이버두나무 합병, 규제 지형도 흔든다
국내 간편결제 1위 사업자와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사업자의 결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추진 중인 포괄적 주식교환은 결제와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한 축으로 묶는 시도라서, 단순한 기업 M&A를 넘어 금융 규제 지형과 핀테크 경쟁 구도를 바꿀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양사가 합병 구조와 교환 비율을 확정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웹3 기반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전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상정한다. 시장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안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3주를 교환하는 구조다. 두나무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네이버파이낸셜 신주로 받고, 거래 완료 시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퍼센트 자회사로 편입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미 네이버가 70퍼센트 지분을 보유한 금융 자회사여서, 두나무는 네이버의 손자회사에 해당하는 구조가 된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교환 비율이 현실화될 경우 최대 주주 구도가 바뀐다는 점이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최종 주식 교환 비율과 합병 일정, 지배구조 변화는 이사회 결의 이후 양사 공시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합병 성사를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해야 한다.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은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70퍼센트를 보유하고 있어 절차적 통과 가능성이 높다. 두나무는 송 회장 25.53퍼센트, 김형년 부회장 13.11퍼센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10.59퍼센트, 우리기술투자 7.2퍼센트, 한화투자증권 5.94퍼센트 등 주요 주주 구성이 복합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사회 개최 이전에 상당 수준의 우호 지분 정리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합병 후 기업 가치 상승 기대가 커 주총 통과도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두 회사가 왜 지금 손을 잡는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두나무는 업비트 등 디지털자산 비즈니스를 통해 연간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국내 대표 가상자산 인프라 사업자다. 고수익을 내는 독립 플랫폼이 네이버와 결합에 나선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규제와 사업 확장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지배구조와 지분 희석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디지털자산 역량을 편입하려는 이유가 금융 플랫폼 패러다임 전환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회장은 이 같은 질문에 27일 직접 답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사회에서 주식교환 안건이 통과될 경우, 다음 날인 27일 오전 성남 네이버 사옥 1784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배경과 이후 로드맵을 설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 3월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에 복귀한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송 회장 역시 그동안 외부 노출이 적은 인물이라, 두 창업자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이번 딜의 전략적 중요성을 방증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콘텐츠, 클라우드 등 서비스를 기반으로 네이버페이를 중심에 둔 핀테크 인프라를 키워왔다. 누적 이용자와 온라인 가맹점을 바탕으로 연간 결제액이 80조원 수준까지 커진 상태다. 두나무는 업비트, 증권플러스,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 디지털자산과 금융투자 플랫폼을 보유하고, 가상자산 상장과 거래, 커스터디 인프라를 축적해왔다. 특히 국내 원화 마켓 기반 가상자산 거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결합은 기존 핀테크 중심의 간편결제 생태계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묶어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사가 공을 들이는 분야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 웹3 지갑을 통한 다양한 온체인 서비스가 거론된다. 네이버가 보유한 대규모 이용자와 결제망,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거래·보관 기술을 결합할 경우, 단일 앱 또는 통합 계정을 통한 결제와 투자, 디지털자산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규제 대응 측면에서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두나무 입장에서는 금융당국과의 접촉면이 넓은 제도권 IT·핀테크 그룹과 손을 잡는 것이 안정적인 사업 확장에 유리하다.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증권, 가상자산 기반 금융상품은 금융 규제와 자본시장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복수 제도가 걸쳐 있는 영역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장기간 감독과 규제를 받아온 네이버 계열 편입이 두나무의 규제 리스크 분산과 신뢰도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반대로 네이버는 두나무와의 결합을 통해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 역량을 내부화하고, 기존 간편결제·송금 중심의 핀테크를 자산 운용과 온체인 서비스까지 확장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결제, 증권, 크립토, 스테이블코인을 엮어 종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합병 성사에 앞서 넘어야 할 관문은 분명하다. 핵심 변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금융당국이 유지해온 금가분리 규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국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이며, 두나무 역시 가상자산 거래소 중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꼽힌다. 양사 결합이 결제와 디지털자산 거래라는 인접 시장에서 경쟁 제한 효과를 가져오는지 여부를 공정위가 따질 전망이다. 양사가 직접 가격을 통제하거나 특정 서비스로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구조가 되는지, 경쟁사 진입이 어려워지는지 등이 검토 대상이다.
금가분리 규제도 변수다. 금융사가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관련 업체와 직접 협업하는 것을 제한해온 제도는 전통적인 금산분리와 맥을 같이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업을 영위하는 플랫폼 기반 금융사이며,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라서 양사 결합 구조가 규제 취지와 충돌하는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해석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43년간 유지해 온 금산분리를 일부 완화하는 방향을 시사하고, 디지털 자산과 금융의 경계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온 점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는 이미 빅테크와 가상자산 플랫폼이 결제와 자산 서비스를 결합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페이팔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자사 결제망과의 연계를 모색하고 있고, 여러 거래소가 선불카드와 계좌 연동을 통해 결제 기능을 붙이고 있다. 국내 통합 플랫폼 시도는 규제와 시장 특성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이 통과될 경우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국내 방식으로 구현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디지털 금융 산업의 경쟁 구도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카드사와 전통 금융사뿐 아니라, 다른 빅테크와 핀테크 사업자들도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지갑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정비할 수 있다. 반면 규제 당국이 공정거래와 금가분리 심사 과정에서 강한 조건을 부과할 경우, 통합 플랫폼의 기능과 사업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결제와 디지털자산, 규제와 혁신이 맞물린 이번 네이버와 두나무의 합병 시도는 향후 몇 달간 공정위와 금융당국 심사 속도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산업계는 두 회사가 제도와 시장의 문턱을 넘고 실제로 통합 플랫폼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