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로 제도 바꾼다"…식약처, 식품·축산 안전관리 손질
식품과 축산물 안전관리 정책이 현장 의견을 중심으로 재정비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반 안전관리 기술 도입과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에서 규제 당국이 산업계와 소비자단체의 요구를 직접 수렴하며 정책 조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식품과 축산물 분야의 안전 기준, 검사 체계, 수출 지원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 손질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전북 익산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에서 식의약 정책이음 지역현장 열림마당 식품·축산물편을 열고 지역 맞춤형 식품·축산물 안전관리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의료기기 대구, 수입식품 부산, 화장품 대전에 이어 네 번째로 열린 자리로, 식품과 축산을 중심축으로 한 현장 맞춤형 정책 수요를 집중 점검했다.

김용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광주, 전남, 전북, 제주가 김치, 장류, 치즈 등 발효·유가공 제품과 삼계탕, 오리 가공품 등 축산물 수출 비중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 식품·축산 산업의 핵심 거점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외 수요가 늘고 있는 가공식품과 축산 가공품에서 안전 규제와 수출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만큼, 현장의 애로를 반영한 세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행사에는 광주·전남·전북·제주 지역 식품·축산물 관련 기업, 대학·연구기관,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제조·가공·유통 전 단계의 안전관리 제도와 정책 집행 과정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에서는 공장과 농장 단위의 위생 기준 적용 방식, 수출용 제품의 이력추적과 검사 절차, 지역 영세업체의 규제 대응 부담 등 현장의 구체적 이슈가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자리는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설계한 규제를 현장에 적용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줄이고, 지역별 산업 구조와 수출 품목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창구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발효식품과 축산물처럼 미생물 관리, 냉장·냉동 체인 유지, 잔류물질 검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분야는 세부 기준과 점검 체계에 따라 기업의 비용 구조와 수출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글로벌 식품·축산물 시장에서는 이미 디지털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과 국제 인증을 연계한 수출 전략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생산 이력, 온도·위생 관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축산물과 가공식품 분야에서 수출 허용 조건을 잇달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식품·축산 기업이 이러한 기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규제 기관과 산업계 간 상시 소통과 제도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식약처는 분야별·지역별 정책 수요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규제와 지원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식품·축산물, 의료기기, 수입식품, 화장품 등 품목별 안전관리 체계를 각각의 산업 생태계와 연동해 설계하고, 현장 간담회와 같은 채널을 통해 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조기에 조정하는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용재 차장은 행사에서 현장에서 산업계가 체감하는 애로와 요구를 직접 듣고 정책 방향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단단하고 안전한 정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도 애로사항과 개선 의견을 공식 통로가 아닌 현장에서 직접 전달하고, 제도 개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업계와 지역 현장은 식약처가 이번 논의 내용을 실제 제도와 가이드라인 개편에 얼마나 반영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식품과 축산물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 목소리와 글로벌 규제 환경을 동시에 반영하며 정교해질 수 있을지가 국내 식품·바이오 산업 경쟁력의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소통 구조가 일회성 행사를 넘어 상시 제도로 자리잡을 때 현장과 규제의 간극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