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치는 혁신당 DNA" 조국 주장에 국민의힘 "YS는 표창장 위조 안했다"
여야가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이른바 김영삼 정치 계승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을 포함한 혁신당이 김영삼 정치의 정통 계승자라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조국 위원장의 과거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국 위원장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 노선을 조국혁신당의 정체성과 직접 연결했다. 그는 "김영삼의 정치는 혁신당의 DNA로 자리 잡고 있다"며 "혁신당은 김영삼 대통령님이 남긴 발자국 위에서 계속 전진해나가겠다"고 적었다. 부산 출신인 조 위원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영남 지역 보수·중도 표심을 정면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조 위원장은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과거 이끌었던 민주자유당과 신한국당의 후신 정당임을 자임해온 국민의힘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김영삼 대통령님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말하지만, 독재·쿠데타·불의에 맞서 싸운 김영삼의 정치와 내란 우두머리를 비호하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단 한 조각도 닮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당사 벽면에 걸어둔 김영삼 대통령 영정을 당장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이충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영삼 대통령은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의 길을 열었고, 살아 있는 권력에 도전해 부패와 싸운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도, 조국 위원장을 향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은 표창장을 위조하지 않았다"고 말해 조 위원장의 자녀 입시 비리 관련 유죄 판결을 겨냥했다.
이 대변인은 "본인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내로남불 정치를 보여준 인물이 김영삼 정치를 운운할 수 없다"며 "조 위원장은 김영삼 대통령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라"고 직격했다. 여권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화 상징성을 조국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정국의 또 다른 축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추모 행사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판도 터져 나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전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서거 10주기 추모식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하지 않은 점을 들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현철 이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보내 추모사를 대독했는데 민주당은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짓거리를 하니 당신들이 개딸과 김어준 아바타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일부와 진보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를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민주당의 추모 외교가 전직 대통령 유산 문제에서도 도마에 오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조국혁신당과 국민의힘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두고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보수·중도층 표심 선점을 둘러싼 신경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추모식 불참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민주화 세력 계보를 둘러싼 정체성 공방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와 정당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계기로 민주주의와 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여야가 김영삼 정신을 누구의 자산으로 삼을 것인지를 놓고 맞서는 가운데, 향후 총선과 지방선거 국면에서 관련 공방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