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공공조달 타고…젠바디, 에이즈·매독 진단키트 수출 확대
감염병 진단 기술이 중남미 공공보건 시장 지형을 바꾸고 있다. 국내 진단기업 젠바디가 브라질 보건 당국과 에이즈와 매독을 동시에 진단하는 신속검사 공급을 대폭 늘리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방대한 공공 조달 시장을 확보한 만큼, 향후 자가검사 키트와 차세대 진단 플랫폼으로의 확장 여부가 글로벌 감염병 관리 전략의 변수로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젠바디는 브라질 보건 분야 핵심 공공기관인 오스왈도크루즈재단 산하 바이오망기누스 연구소와 에이즈·매독 동시 진단키트 840만 테스트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올해 이미 공급한 610만 테스트를 크게 웃도는 물량으로, 납품은 2026년 하반기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바이오망기누스 연구소의 엄격한 품질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기술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급되는 제품은 전문가용 측방유동신속검사 방식의 진단키트다. 측방유동신속검사 LFRT는 혈액 또는 체액 시료가 테스트 스트립을 따라 흐르면서 특정 항원이나 항체와 결합하는 반응을 통해 양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별도 대형 분석 장비 없이도 검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젠바디 제품은 에이즈와 매독 감염 여부를 약 20분 내에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외곽 지역 의료기관이나 1차 보건소에서도 감염병 선별검사에 활용하기 용이한 구조다.
브라질의 공공보건 시스템은 에이즈, 매독, C형간염 등 감염병 부담이 크고, 국토가 넓어 검사 인프라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 많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신속진단키트 수요가 꾸준히 발생해 왔다. 오스왈도크루즈재단이 운영하는 바이오망기누스 연구소는 브라질 정부의 백신과 진단시약 생산 거점으로, 이 연구소를 통한 공급 확대는 곧 브라질 전역 보건소와 공공병원 네트워크로의 진출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단일 감염병 중심 신속검사 방식의 한계를 일부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독립된 키트로 각각 검사하던 HIV와 매독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 검사 재료와 인력, 환자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처럼 보건 자원이 제한된 지역에서는 다중 질환 동시 진단이 선별검사의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젠바디는 이번 추가 계약을 중남미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보건 예산을 집행하는 국가로, 공공조달에 참여하는 것이 사실상 지역 시장 진입의 관문으로 여겨진다. 브라질 공공조달 실적은 주변 국가 입찰에서도 품질 검증의 준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향후 페루, 콜롬비아, 멕시코 등 인근 국가로의 수출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젠바디는 전문가용 제품에 더해 자가진단 제품군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현재 브라질 보건당국 ANVISA 인증을 진행 중인 제품은 에이즈 자가진단키트, 매독 자가진단키트, C형간염 HCV 자가진단키트, 에이즈·매독 동시진단 자가진단키트 등이다. 이들 제품은 사용자가 가정이나 약국 등에서 스스로 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체외진단의료기기로, 검사 접근성을 높이고 조기 발견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젠바디는 수직유통신속검사 VFRT 플랫폼 기술 기반의 신제품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VFRT는 시료가 수평으로 흐르는 기존 측방유동 방식과 달리, 기판을 통과하는 수직 흐름 구조를 이용해 여러 감염병 표지자를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술이다. 동일한 패널에서 다양한 병원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향후 발열·호흡기 증후군 패널이나 성매개감염증 패널 등 다중 진단 제품으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글로벌 감염병 진단 시장에서는 이미 다국적 기업들이 다중 신속검사와 자가검사 분야 경쟁을 본격화한 상황이다. 유럽과 미국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자가검사 인프라와 유통망을 빠르게 확보했으며, 이후 HIV, 인플루엔자, 호흡기 바이러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젠바디가 브라질 공공조달을 기반으로 VFRT 같은 차세대 멀티플렉스 플랫폼을 전개할 경우, 선진국 중심으로 형성돼온 다중 진단 기술 경쟁에 후발주자로 합류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브라질은 ANVISA를 중심으로 체외진단의료기기 안전성과 성능 검증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자가검사 제품 상용화를 위해서는 임상 성능 평가와 품질 관리 체계를 철저히 증명해야 한다. 감염병 진단 제품은 잘못된 음성 결과가 공중보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규제 당국은 민감도와 특이도뿐 아니라 사용자의 안내문 이해도, 사용 편의성 등도 심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정점규 젠바디 대표는 브라질 보건당국과의 협력 확대가 현지에서 젠바디 기술력과 품질이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감염병 진단 분야 글로벌 리더 도약을 목표로 제품 포트폴리오와 지역을 꾸준히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브라질 공공시장에서 확보한 레퍼런스가 향후 중남미와 기타 신흥국 시장으로 얼마나 확장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