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계엄사태 무혈 극복은 기적 같은 역사”…이재명, 카이로서 동포 결집 강조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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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격돌의 상징이 됐던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평가를 놓고, 새 정부를 이끄는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에서 다시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해 계엄 선포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친 뒤 출범한 새 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집트와의 외교·경제 협력 확대를 앞세워 국익 외교를 본격화하는 구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새 정부 출범에 이르는 과정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국민이 만들어낸, 세계사적으로도 기적과 같은 역사"라고 말했다. 그는 계엄 선포 이후 대규모 촛불 집회와 탄핵 의결, 조기 대선으로 이어진 정치 일정을 국민 주권 실현의 과정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모여 집회를 했어도 쓰레기 하나 남지 않고 유리창 하나 깨지지 않았다"며 "세계에서 대한민국처럼 역동적인 나라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 중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라며 "그뿐 아니라 국민주권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삶에서 재현하지 않았나"라고 평가했다. 계엄 사태 극복을 한국 민주주의 성숙의 상징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진행된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내용도 동포들에게 전했다. 그는 "회담에서 알시시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의 역량에 놀랐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알시시 대통령이 "작년 계엄 사태 같은 황당무계한 역사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무혈혁명을 통해 국민의 손으로 정상 회복하는 것을 보며 참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집트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대한민국을 보며 얼마나 안타깝고 답답했겠느냐"며 "그러나 다음 순간에는 그 위대한 반전을 지켜보게 됐다"고 말했다. 계엄 사태 당시 해외 동포 사회의 불안감과 새 정부 출범 이후의 안도감을 함께 짚은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의 국정 운영 방향과 관련해 "다시는 여러분이 대한민국을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여러분의 든든한 힘이 돼 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이며 재외동포 보호와 지원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계엄 사태를 거치며 드러난 재외국민 보호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한편 이 대통령은 양국 간 교통 인프라와 경제 협력 과제도 언급했다. 그는 "이집트와 대한민국 사이의 비행기 직항로가 없다고 하는데 놀랍다"며 "당연히 조정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직항편 신설 추진 검토 의사를 드러내며, 항공 노선 확대를 양국 교류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자료를 보니 이집트 국민의 대한민국에 대한 호감도가 90%가 넘는다고 한다. 엄청나게 높은 숫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집트와 대한민국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여러분도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K콘텐츠와 한국 기술력에 대한 중동 지역의 호감도를 경제·문화 협력 확대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계엄 사태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시간이 흐르면서, 이 대통령은 해외 순방 무대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통합, 경제 외교를 동시에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은 계엄 선포의 책임과 탄핵 정당성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공방을 이어가고 있어,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재평가 논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향후 이집트와의 직항편 신설과 경제 협력 사업을 구체화하는 한편, 계엄 사태 극복을 계기로 한 민주주의 외교 메시지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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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알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