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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 LTE 재할당에 5G 투자연계 검토 통신투자 규제전환 분기점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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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와 LTE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정부가 5G 설비투자를 조건으로 거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면서 통신 투자 규제의 방향이 전환점에 들어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외부 법률자문을 통해 3G와 LTE 재할당에 5G 설비투자 의무를 묶어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내년 재할당은 투자 유도형 규제 모델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재할당 대가와 투자 의무를 연계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중장기 주파수 정책과 통신사 CAPEX 전략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가 의뢰한 외부 법률자문 결과 주파수 재할당은 행정부의 재량행위이자 수익적 행정행위에 해당해 조건과 부담을 부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재할당 과정에서 사업자에게 일정 의무를 부여하더라도 법률상 위임 범위 내에서라면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자문 내용은 특히 3G와 LTE 주파수 재할당 조건에 5G 설비투자 의무를 결부시키는 방안에 대해 “적법한 재량권 행사”라고 못박았다. 통신사가 이용 중인 중저대역 LTE 주파수가 5G 비단독모드 NSA 환경에서 기지국 제어와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핵심 자원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LTE 대역 운용이 5G 전체 품질과 직결되므로, 전파법 시행령 제13조에 명시된 역무 품질수준 확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조건 부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5G 상용망 상당수는 NSA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NSA는 LTE와 5G 기지국을 연동해 데이터는 5G로 전송하되 제어 신호는 LTE가 담당하는 구조로, 전국망 LTE 커버리지가 5G 서비스의 체감 품질과 직접 연동되는 구조다. 자문단은 이 같은 기술 구조를 전제로 “LTE 주파수 운용과 5G 설비투자는 기술적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품질 확보를 위한 연속적인 체계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법률자문에서는 재할당 대가와 연계한 투자 옵션 설계도 허용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재할당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그 차액 상당을 특정 지역 5G 기지국 구축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는 형태의 옵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비례의 원칙을 충족해야 하고, 사업자의 재무 여건과 실제 이행 가능성을 고려해 의무 수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과도한 투자 요구가 사업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경우 재량권 남용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셈이다.

 

이해민 의원은 이 같은 자문 결과를 근거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도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통신사들의 투자 부진으로 5G 품질 저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3G LTE 주파수 재할당은 이용자 피해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책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적으로 의무 부과가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농어촌과 고속철도, 실내 등 취약지역 우선 개선과 구체적인 연도별 5G 기지국 설치 목표를 재할당 조건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2019년 5G 상용화 이후 통신 3사의 설비투자 CAPEX는 초기 피크 이후 감소 추세를 보여 왔다. 특히 가입자 밀도가 낮은 농어촌, 이동성이 높은 고속철도 구간, 건물 내 인빌딩 커버리지 등에서는 5G 체감 속도와 연결 안정성이 여전히 LTE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6G 상용화 준비 명목으로 5G 추가 투자를 늦추는 경향도 포착되고 있다.

 

이 의원은 “6G 준비를 이유로 5G 투자가 미뤄지면 향후 3년에서 5년간 품질 저하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 나아가 “기지국 장비, 부품, 구축 서비스 등 전후방 산업 생태계가 위축되면서 6G 경쟁력 확보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5G 투자를 중단하거나 최소화할 경우 장비 업체와 시공사, 시험 인증 기관 등 관련 산업 전반의 매출과 기술축적이 동시에 둔화되고, 이는 차세대 표준 경쟁에서 후발주자로 밀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점이다.

 

국제적으로는 주요 국가가 5G 품질과 커버리지 의무를 주파수 라이선스와 적극 연계하는 추세다. 유럽 여러 국가는 주파수 경매 조건에 농촌 커버리지 비율, 특정 연도까지의 기지국 수, 주요 교통축 커버리지 달성률 등을 명시하고 있고, 이행 점검과 미달 시 제재 조항을 두는 모델을 운용 중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도입될 경우 통신사 입장에서는 재할당 협상 과정에서 투자 소요와 재무 부담을 정교하게 따지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과기정통부는 아직 구체적인 재할당 조건과 투자 의무 설계 방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외부 법률자문에서 재할당 재량권과 조건 부과의 적법성이 확인된 만큼, 정부가 5G 설비투자와 이용자 품질 개선을 명시적으로 재할당 정책에 연동하는 수순으로 나아갈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사들은 재할당 가격, 투자 규모, 이행 일정 간의 균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와 규제 당국은 내년 3G LTE 재할당이 5G 투자 수준과 품질 지도, 나아가 6G 준비 전략까지 교차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파수라는 희소 자원 배분에 투자 의무를 얼마나 정교하게 얹느냐에 따라 이용자 후생과 산업 경쟁력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는 이번 재할당 조건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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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해민#5g설비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