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상위 2퍼 과학자 김용구, 대한불안의학회 이끈다 정신의학 연구 지형 바뀔까

이예림 기자
입력

정신질환의 생물학적 기전을 파고든 연구자가 국내 불안장애 학계를 이끌게 됐다. 정밀의학과 뇌과학 기술이 접목되는 가운데, 임상과 기초를 잇는 브릿지 역할을 맡을 차기 회장에 업계 시선이 쏠린다. 세계 최상위 2퍼 과학자로 꼽힌 김용구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대한불안의학회의 향후 연구 방향을 주도하게 되면서, 불안장애 진단과 치료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김용구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최근 열린 대한불안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추대됐다고 24일 밝혔다. 임기는 2026년 1월부터 1년이다. 대한불안의학회는 지난 20여 년간 국내에서 불안장애 관련 연구와 진료 가이드라인을 선도해온 학술단체로, 강박장애와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 주요 불안 스펙트럼 질환의 임상 연구를 집중적으로 이어왔다.

학회는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와 뇌영상, 생체표지자 같은 IT·바이오 융합 기술을 활용해 불안 관련 질환의 조기 진단과 예후 예측 연구를 확대하는 흐름에 있다. 특히 기존 설문 위주 평가에서 벗어나 뇌 기능 영상, 유전정보, 염증 지표 등을 결합한 정밀 정신의학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과정에서 회장의 연구 방향성이 학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구 교수는 1987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뒤 정신질환의 생물학적 지표를 찾고 임상에 적용하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자살 행동과 관련된 생물학·유전적 예측 인자를 규명하고, 우울증의 병태생리 기전을 사이토카인 가설과 연계해 검증하는 등 정신의학의 기초와 임상을 잇는 다리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연구는 궁극적으로 환자의 증상만 보는 기존 방식에서, 체내 염증 반응과 유전적 취약성까지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으로 나아가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국제 학계에서도 연구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김 교수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으로 글로벌 학술출판사 엘스비어와 미국 스탠퍼드대가 선정한 세계 최상위 2퍼 과학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평가는 피인용 횟수, 공동연구 네트워크, 학문 분야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출되는 만큼, 정신의학 분야에서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연구 성과를 유지해온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부터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도 활동하며 국가 보건의료 정책과 연구 방향 논의에도 참여 중이다.

 

출판 활동 역시 활발하다. 김 교수는 독일 스프링거 출판사를 통해 불안장애와 공황장애를 주제로 한 영문 단행본을 출간하며 국내에서 축적한 임상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국제적으로 공유해왔다. 현재는 2026년 말 출간을 목표로 불안장애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어, 최신 뇌영상 분석 기법과 유전자 데이터, 디지털 치료제 연구 결과까지 통합한 글로벌 레퍼런스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정신의학계에서는 불안장애를 둘러싼 연구 무게중심이 점차 기능적 뇌영상, 신경회로 분석, 염증 지표 등 정량화된 생체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불안 증상의 심각도가 환자의 주관적 호소에만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 바이오마커를 통해 단계적으로 분류될 경우, 향후 제약사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의 신약과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체지표와 유전정보를 활용한 정신질환 연구가 빠르게 확장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연구윤리, 데이터 활용 동의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불안장애와 우울증 환자의 장기 추적 데이터가 산업계와 연계될 경우, 보험료 산정이나 고용 차별 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어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대한불안의학회 차기 회장으로서 김 교수는 이러한 기술 발전과 윤리 이슈를 균형 있게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학회 차원에서 정밀 진단 기준과 치료 알고리즘을 정리하고, 정부와 병원,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경우, 국내 정신의학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도 상당할 전망이다.

 

김용구 교수는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현대 사회에서 대한불안의학회가 최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정신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학회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인선이 불안장애 연구의 심화와 함께, 정밀 정신의학 시대를 여는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예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용구#대한불안의학회#고려대안산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