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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 같은 한미동맹”…정청래, 美대사대리와 전략산업 협력 논의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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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갈등과 안보 불확실성이 고조된 한반도 정세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주한 미국대사관이 한미동맹의 방향을 두고 머리를 맞댔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 협력과 민주주의 수호를 둘러싼 메시지가 오가며 한미관계의 전략적 성격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청래 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고 한미동맹의 의미와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대표는 한미동맹을 경제와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강조하면서, 최근 양국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핵추진 잠수함 문제를 언급했다.

정 대표는 "경제성장과 평화를 지켜낸 위대한 동맹이 한미동맹이며 결코 깨질 수 없는 차돌 같은 동맹"이라고 말하며 동맹의 결속력을 강조했다. 이어 "한미동맹이 70여년 피로 맺어진 혈맹이란 것을 핵추진 잠수함으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지난 10월 트럼프-이재명 양국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승인한 것에 대해서 대한민국 국민은 놀라워하고 감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피스메이커' 역할을 요청하며 스스로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장면도 소환했다. 그는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가 서로 조화롭게 동맹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관계, 북미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접견 자리에서 양측의 역할 분담 구상도 제시했다. 그는 "김 대사대리께서 '스몰 피스메이커', 저는 '스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각자의 위치에서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며 실무·정치 채널 모두에서 긴밀한 조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케빈 김 대사대리는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하며 경제·안보 전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이 아주 강력한 모범 동맹인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히며 한국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평가했다.

 

김 대사대리는 조선업, 반도체, 핵추진 잠수함 등을 사례로 거론하며 "전략적인 산업에 있어 양국의 협력이 더 확대되는 시기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 기술과 방산 협력이 동맹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는 안보 현안과 관련해 "한미는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현안에 있어 긴밀한 조율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협력 범위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대사대리는 "(협력할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뿐 아니라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 모든 지역의 현황, 국제적 현안이 망라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비핵화부터 글로벌 공급망, 지역 분쟁까지 포괄하는 전방위 협력 필요성을 짚은 셈이다.

 

면담에서는 12·3 계엄 사태 1년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도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정 대표는 계엄 사태 당시 국제사회의 시선과 미국의 역할을 언급하며 감사 뜻을 전했다. 그는 "1년 전 불법 계엄으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였을 때 한국 민주주의를 믿고 한국 국민이 상황을 민주적, 평화적, 헌법적으로 해결할 것을 지지해주신 미국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 대사대리는 "미국은 대한민국의 민주적인 굳건한 힘과 회복력을 믿고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이 군사·경제 협력을 넘어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는 관계라는 점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미 양측이 핵추진 잠수함 협력과 전략산업 동맹, 그리고 민주주의 수호 메시지를 동시에 부각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동맹을 안보와 경제, 가치까지 묶어 확장하려는 흐름과 맞물려 향후 외교·안보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국회와 정부는 한미 정상 차원의 합의와 외교 채널 논의를 토대로 핵추진 잠수함, 반도체, 조선업 등 전략산업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둘러싼 논의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며, 정치권은 동맹의 방향을 두고 계속해서 공방과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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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케빈김#한미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