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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문경의 길을 걷다”…미식과 휴식 찾아 떠나는 일상 탈출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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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적한 시골 길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여행을 간다는 것, 예전엔 특별한 이벤트 같았지만 지금은 평범한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는 일이 됐다. 잠깐 머물렀다 돌아오더라도,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미식과 풍경이 일상을 다르게 만든다.

 

경북 문경은 최근 SNS에서 ‘조용히 머물다 온다’는 여행 후기가 자주 눈에 띄는 곳이다. 여행객들은 시골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빵을 맛보고, 진한 고기 육수의 짬뽕 한 그릇으로 오후를 채운 뒤,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산책로를 거닐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내려놓고, 조용한 마을과 자연의 리듬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문경새재)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문경새재)

문경시 농암면의 베이커리 ‘뉴블랑’은 자연 발효 빵으로 유명하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에 고집스럽게 천연 발효종을 더해 빵의 기본에 충실하다. 르뱅이나 샤워도우에 베어물면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과 담백한 풍미가 맑은 시골 공기와 유난히 잘 어울린다. 신선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널찍한 창가에 앉으면, 그 시간만큼은 무심코 마음도 느긋해진다.

 

점심 식사로는 모전동의 ‘촌짬뽕’에 들르는 이들도 많다. 고기로 우린 진한 육수에 칼칼함을 더한 명물 짬뽕은 첫 젓가락을 뜨는 순간 입안 가득 매콤함이 도는 매력이 있다. 넉넉한 양과 신선한 재료, 깔끔한 공간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 호응이 좋다. “이곳에 와야 제대로 된 짬뽕을 먹는 기분”이라는 방문자 반응이 이어진다.

 

오후에는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을 찾아걷는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된 이곳은 조선 시대의 궁궐과 저잣거리, 민가 등을 실감나게 재현해 두었다. 잘 닦인 산책로 둘레엔 수려한 산과 들이 펼쳐져 있다.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멀리 보이는 푸른 능선, 그리고 돌담을 등진 고요한 집들. 그대로 걷다 보면 ‘여기선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생각이 번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역 여행 수요가 늘고, 동네 빵집이나 노포 식당에 대한 키워드 검색량이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엔 이름난 명소 위주였다면, 이젠 삶의 자리를 느낄 수 있는 곳에 더 관심을 둔다”고 해석한다. 직접 경험하는 맛과 풍경, 그리고 느긋한 산책이 일상에 새로운 리듬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빵집 투어를 간다”, “편하게 쉬다 오니 속이 맑다”는 소감들이 이어진다. 특별할 것 없지만, 평범하기에 마음이 편해진다고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문경에서 마주한 고즈넉한 미식과 산책, 그 시간들이 어느새 일상의 작은 쉼이 된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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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뉴블랑#촌짬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