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체험 예약도 잇다뱅킹에서…우정사업본부 산림청 연계로 생활 플랫폼 확대
우체국 모바일뱅킹 앱이 공공 서비스 허브로 확장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림복지시설 예약 시스템을 잇다뱅킹과 연동하면서, 금융 앱 안에서 공공 여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하는 형태가 구현됐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디지털 서비스를 민간 수준의 사용자 경험으로 개방하는 흐름 속에서, 정부 주도의 디지털 플랫폼 행정 전략이 생활 서비스 영역으로 더 깊이 스며드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금융·행정·여가 서비스를 한 화면에서 처리하려는 이른바 슈퍼앱 경쟁 구도 속에서 공공 금융 플랫폼의 역할 확대를 가늠하게 하는 사례로 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19일부터 우체국 잇다뱅킹에서 산림청 산림복지시설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18일 밝혔다. 우체국예금 고객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잇다뱅킹 앱 안에서 산림청 산림복지시설 예약 플랫폼 숲e랑을 모바일로 이용할 수 있다. 숲e랑은 국립 숲체원, 유아숲체험원, 자연휴양림 등 산림복지시설의 객실과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예약하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이번 연동 작업으로 금융 계좌 조회나 이체 같은 기본 뱅킹 기능과 함께 산림복지시설 검색, 일정 확인, 예약까지 하나의 앱에서 연속적으로 처리하는 경험이 가능해졌다.

핵심은 공공 데이터와 공공 플랫폼의 연계를 통한 접근성 개선이다. 그동안 산림복지시설을 이용하려는 국민은 산림청 숲e랑 웹사이트나 별도 모바일 환경에 접속해야 했지만, 공공 금융 앱과의 연동으로 로그인과 인증 절차가 단축되고 예약까지의 경로가 간소화된다. 특히 고령층이나 디지털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미 익숙한 우체국 앱을 통해 동일한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디지털 포용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수 기술 요소는 디지털서비스 개방 기반의 표준화된 연계 구조다.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서비스 개방 정책에 따라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공공 서비스를 API 형태로 개방하고, 다른 기관이나 민간 플랫폼이 이를 호출해 자체 앱에 탑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번 사례도 산림청이 운영하는 숲e랑 플랫폼을 우정사업본부의 잇다뱅킹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산림청 서비스가 별도 앱에서만 작동하던 폐쇄형 구성이었던 데서 벗어나, 인증 정보와 예약 데이터를 안전하게 주고받는 연동 체계를 통해 다수의 채널에 탑재 가능한 개방형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공공 모바일뱅킹이 생활 밀착형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 산업에서는 이미 여러 시중은행이 앱 안에서 교통카드, 공과금 납부, 지역화폐, 공연 예매 등 비금융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며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우정사업본부가 산림청과 손잡고 공공 여가 서비스를 잇다뱅킹에 통합한 것은 이런 민간 금융 앱의 플랫폼 전략을 공공 영역에 적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우체국예금 계좌를 중심으로 공공 요금 납부, 연금 수급, 각종 행정 서비스 안내 등으로 확장될 여지도 커졌다.
산림청 입장에서는 고객 접점을 대폭 넓힌 효과가 기대된다. 숲e랑은 전국 산림복지시설을 아우르는 통합 예약 시스템으로, 이용자 수 증가에 따라 접속 폭주나 이용자 분산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었다. 우체국 잇다뱅킹과 같은 대형 공공 앱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진입 경로를 추가하면, 신규 이용자 유입뿐 아니라 예약 패턴과 이용 행태 데이터도 더 정밀하게 축적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는 향후 성수기 객실 배분, 체험 프로그램 구성, 지역별 수요 예측 등 산림복지 정책 설계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디지털 공공 서비스 흐름과도 방향이 맞닿아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통합 앱이나 포털을 통해 세금 납부, 건강 기록 조회, 대중교통, 문화·여가 예약까지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대부분은 행정 포털 중심 구조이고, 금융 앱이 공공 여가 인프라와 직접 연동되는 형태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한국에서는 공공 금융 플랫폼인 우체국 앱이 디지털 행정의 전면에 나서면서, 금융과 행정, 공공 복지·여가를 결합한 변형된 공공 슈퍼앱 모델이 전개될 여지가 있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는 향후 확장 과정에서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융 앱과 공공 예약 시스템이 연동될 경우 로그인 정보, 이용 이력, 결제 정보 등이 결합되면서 데이터 민감도와 규제 요구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디지털서비스 개방 정책이 본격화되면 다수의 공공 서비스가 다양한 앱에 연동되고, 각 앱은 개별적인 보안 수준과 인증 체계를 적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는 공공 서비스 연동 시 최소 수집 원칙, 데이터 암호화, 접근 통제 기준을 명확히 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준수하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산림청 연계 서비스를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생활 밀착형 공공 플랫폼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곽병진 우정사업본부장 직무대리는 산림청과 협업을 통해 우체국을 이용하는 고객 편익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송준호 산림청 산림복지국장도 산림복지시설 이용객이 늘어나는 만큼 더 쉽고 간편한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하며, 지속적인 서비스 개방으로 산림복지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공공 디지털 인프라가 각 기관별 단일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금융 앱·행정 포털·전문 예약 플랫폼 간 연동을 통해 생활 동선 전반에 스며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우체국 잇다뱅킹과 숲e랑의 결합이 어떤 이용 행태 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산업계와 정책 당국은 공공 플랫폼의 확장과 함께 보안·데이터 보호·서비스 품질 관리를 어떻게 병행할지에 따라 디지털 행정 플랫폼 전략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공 앱 기반 생활 서비스 확대가 실질적 편익으로 이어질지, 산업계는 그 성과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