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과기부총리 부활”…AI·R&D 컨트롤타워 격상, 산업구조 전환 신호
과학기술부총리 직제가 17년 만에 부활하면서 AI와 국가 연구개발(R&D) 체계가 대전환기를 맞았다. 이재명 정부는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축으로 삼고,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면 부각하겠다는 구상을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담았다. 과기부총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겸직해, 범부처 R&D 예산을 직접 심의·조정하고, 국가 AI 전략 실행을 지휘하는 산업혁신의 컨트롤타워로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한다. 업계는 과기부총리 부활을 단순한 직제 변경이 아니라, 글로벌 AI·R&D 경쟁체제에서의 국가전략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과기부총리 부활은 2008년 폐지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2004년 처음 도입한 뒤,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교육과학기술부와 통합돼 사라졌던 과학기술 부총리 체계가 다시 복원된 것이다. 당시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부의장 등 정책 조율 역할에 중점을 뒀으나, 최종 예산 권한은 기획예산처에 남아있어 조정 한계가 지적됐다. 반면 이번 개편은 단순 직제 복원을 넘어 AI를 미래 성장엔진으로 삼아, 경제정책과 동등한 위상으로 격상했다. 이로써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 등 중추적 위치에서 국가 AI 전략까지 직접 총괄한다.

핵심은 AI가 단순 ICT 또는 부처별 프로젝트 범위를 넘어 국가 미래 자산이자 경제 경쟁력의 중심으로 정의됐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국가 어젠다로 내걸고, 내년 AI 관련 예산을 10조1000억원으로 세 배 이상 증액했다. 고도화된 인공지능 인프라와 자체 모델 개발, AI 반도체(NPU) 확보, 데이터 거버넌스 강화 등 전체 정책 패키지가 과기정통부의 범부처 조정 아래 본격 추진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3만7000장 확보, 초거대 언어모델 자체 개발, 지역별 AI 전환 거점 조성 등 정책 라인업도 마련됐다. AI정책관(국장급) 업무를 흡수·확장한 실장급 부서 신설로 정책 실행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과기부총리 신설로 R&D 예산에 대한 실질적 권한이 과기정통부로 집중된다. 내년 R&D 예산은 35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3%나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다. 단순 심의·조정 기능을 넘어 과학기술기본법 개정 등 법적 권한까지 확보되면서 정부 내 R&D 주도권 판도도 변화가 예상된다. 2018년 일시 복원됐다가 폐지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재개되면 부처 간 R&D 협의도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이미 대통령 직속 AI·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체계를 가동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번 한국식 부총리제 강화 역시 글로벌 AI·R&D 경쟁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다만 실질적 혁신이 뒷받침되려면 부처 간 조정력, 민간 협력, 거버넌스 안정화 등 후속 정책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AI와 국가 R&D 예산 컨트롤타워 강화가 산업구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기술의 속도뿐 아니라 정책과 제도의 체계적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이번 정책 변화가 실제 혁신 성과로 이어질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