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금리 목표범위 뛰어넘어”…미국, SRF 유동성에도 자금시장 불안 지속 전망
현지시각 기준 24일, 미국(USA) 뉴욕 금융시장에서 단기자금 금리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설정한 기준금리 목표범위를 넘나드는 불안 조짐이 나타나면서 연준의 단기 유동성 공급 장치인 스탠딩레포기구(SRF)의 실효성 논란이 부각되고 있다. 단기금리 급등을 막기 위한 안전판이 낙인효과 우려로 충분히 가동되지 못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월가의 일부 대형 은행 간부들은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총재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SRF 이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현지시각 기준 24일 오전 공개된 이 논의에서 이들은 SRF를 통해 연준에서 하루 만기 초단기 자금을 조달할 경우, 2년 후 해당 내역이 공시되는 구조 때문에 자금 사정이 불안한 금융기관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SRF는 연준이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미국 국채 등을 담보로 맡고 특정 금리로 하루 만기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연방기금금리가 연준이 설정한 목표 범위를 상향 이탈하지 않도록 상단을 제약하는 통화정책 수단으로 설계됐다. 위기 시 개별 금융기관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재할인창구대출(Discount Window)과 달리, 초단기 자금시장 전체의 금리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장치다.
연준이 대규모 국채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했던 양적완화(QE) 국면에서는 은행시스템 내 여유자금이 풍부해 SRF 수요가 사실상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2021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 9월까지 SRF 이용 규모는 통계상 의미 있는 수준에 미달했다. 초단기 자금 수요가 대부분 민간 시장 내에서 소화되면서, 연준의 백스톱(backstop) 기능이 작동할 필요가 크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긴축(QT)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은행 지급준비금이 줄어드는 가운데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이 확대되고, 그 부담이 단기자금시장에 집중되면서 지난달 들어 SRF 이용 실적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단기 유동성이 빠듯해진 금융기관들이 국채를 담보로 연준의 하루짜리 자금 공급 창구를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SRF 사용 확대는 급격한 자금 부족으로 단기금리가 과도하게 치솟는 상황을 일정 부분 제어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 단기자금시장에서 금리 변동성이 다시 커지면서, 월가에서는 자금 경색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하루 만기 무위험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가 일시적으로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벗어나 상단을 돌파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이 같은 단기금리 불안은 연준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오는 12월 1일부로 QT를 중단하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종료하기로 한 결정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연준은 장기적인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하되, 단기 자금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차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QT 종료 방침이 발표되자 국제 금융시장은 초단기 자금 사정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어느 정도 반영했다.
하지만 SRF를 둘러싼 월가의 시각은 여전히 냉담하다. 은행 경영진은 2년 후 이용 내역이 공개되는 현행 구조에서는 SRF 사용이 곧 유동성 압박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낙인효과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실제로 유동성이 부족한 시점에도 SRF 이용을 최소화하거나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을 우선적으로 찾으려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연준이 설계한 금리 상단 통제 메커니즘이 제때 작동하지 못해, 무위험 단기금리가 기준금리 범위를 벗어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욕연은 출신인 파트리샤 조벨 구겐하임 인베스트먼트 거시경제 리서치 수석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SRF 사용이 최근 다소 늘어난 점은 시장이 연준의 유동성 백스톱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조벨 수석은 현재의 공시 구조와 운영 방식 아래에서는 단기자금시장 전체를 안정시키는 데 분명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이 SRF가 시장 안정 장치로 원활히 기능하도록 공시 시점이나 이용 조건 등 운영 방식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 금융시장은 연준의 금리 정책뿐 아니라 단기 유동성 관리 수단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글로벌 달러 자금 조달에 크게 의존하는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단기금리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자국 통화 약세와 자금 유출 압력이 동시에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외신들은 연준이 QT 종료를 결정한 만큼 단기적으로 유동성 긴장은 완화되겠지만, SRF 설계와 운용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한 단기금리의 급등락 가능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앞으로도 기준금리 수준뿐 아니라 단기자금시장 안전판의 신뢰도까지 관리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고 본다. SRF 구조 개선 여부가 향후 미국 단기자금시장과 글로벌 자금 흐름의 안정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