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독감 조기 대유행 변수에 10대 급등…그린생명과학, 백신 기대·대형 계약 겹호재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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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조기 대유행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수혜 기대를 받는 그린생명과학 주가가 단기 급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백신 원료 모멘텀과 더불어 매출의 40퍼센트를 웃도는 대형 공급계약, 자사주 처분에 따른 운영자금 확보 이슈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단기간 집중되는 모습이다.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향후 독감 유행 강도와 실적 이행 여부가 주가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1일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장중 기준 그린생명과학 주가는 4,405원으로 전일보다 12.95퍼센트 상승했다. 시가는 4,020원에서 출발해 장중 4,590원까지 올라섰고, 거래량은 약 1,800만주 수준으로 최근 한 달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단기 수급이 집중되면서 중소형 바이오·정밀화학주 가운데서도 변동성이 두드러지는 종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린생명과학[1144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그린생명과학[11445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주가 흐름을 보면 지난달 20일 전일 종가 2,490원 수준에서 전일 종가 기준 3,900원까지 뛰며 약 한 달 사이 50퍼센트를 크게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6개월 전 2,200원대와 비교하면 전일 종가 기준 70퍼센트 중후반대 수준까지 올라서며 중장기 박스권을 벗어난 모양새다. 20일선과 60일선을 모두 크게 상회하는 구간에 들어서면서 기술적으로는 중기 하락 추세가 완화되고 새로운 상승 파동이 전개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상한가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패턴이 엇갈렸다. 11월 13일부터 20일까지 외국인은 합산 약 13만주를 순매도하며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선 반면, 기관은 같은 기간 약 1만주 안팎을 순매수해 제한적이나마 매수 우위를 보였다. 개별 투자자 비중이 절대적인 종목 특성상 개인 매수세가 단기 랠리를 주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모멘텀 구간에서 단기 트레이딩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그린생명과학은 정밀화학 기반의 소형 바이오주로, 시가총액은 약 881억원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유한양행 등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동종 업계 상위권으로 평가된다. 외국인 지분율은 1.2퍼센트 수준으로 10퍼센트 이상을 보이는 대형주에 비해 해외 장기 자금 유입은 제한적이다. 시장에서는 아직 체력은 작지만 성장 속도와 구조 개선 가능성에 일정 부분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구간으로 본다.

 

재무 지표를 보면 회사는 2023년까지 적자를 이어오다 2024년에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224억 원에서 249억 원으로 늘었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6억 원에서 4억 원으로 돌아섰다. 순이익도 마이너스 164억 원에서 16억 원으로 개선됐다. 2024년 2분기에는 영업이익률 10퍼센트대, 순이익률 19퍼센트대까지 개선됐으나 이후 분기에는 다시 적자와 소폭 흑자를 오가는 모습이 반복되는 등 실적 변동성이 큰 편이다. 연간 기준 ROE는 4퍼센트대로 회복됐지만, 과거 대규모 적자 영향으로 분기 ROE는 아직 마이너스 구간이 남아 있어 체질 개선이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PER는 이전 음수 구간 이후에도 추정치 기준 뚜렷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PBR은 1배 중반대 수준으로 동종 소형 제약·바이오·정밀화학주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편이다. 배당 수익률 정보는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시장에서는 배당보다는 성장성과 뉴스 모멘텀에 베팅하는 종목으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가 안정적인 이익 기반보다는 성장 스토리와 테마 뉴스에 더 민감한 단계라고 진단한다.

 

최근 한 달간 주가를 끌어올린 1차 요인은 독감 조기 대유행 우려다. 국내 독감 환자 수가 전년 대비 10배 이상, 일주일 새 60~70퍼센트대 증가했다는 통계가 알려지면서 정부가 백신 접종을 강하게 권고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생명과학은 세포배양 기반 인플루엔자 백신 원료와 항원단백질 생산 플랫폼을 보유한 정밀화학 기업으로, 독감 수요 확대 기대가 곧바로 관련주 편입과 매수세 유입으로 이어졌다. 11월 11일 상한가와 12~14일 연속 급등은 이 같은 독감 관련 뉴스가 투자 심리에 직접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두 번째 모멘텀은 11월 17일 공시된 대형 공급계약이다. 회사는 식물 건강·보호 화학 제품 관련 단일판매·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금액은 약 102억 원으로 최근 매출의 41퍼센트를 웃도는 규모라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025년 11월부터 2026년 6월까지로 제시돼 향후 2개 회계연도에 걸쳐 일정 수준 매출이 확보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해당 계약은 의약품이 아닌 농생명·작물보호 화학 분야지만, 정밀화학 기술을 기반으로 농화학 영역까지 응용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 번째 요인은 자사주 처분을 통한 유동성 확보다. 그린생명과학은 11월 중 약 30만주 규모 자사주를 시장에 내다팔아 11억 원대 운영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규 유상증자가 아닌 기존 보유 자사주 매각 방식이라 희석 우려가 제한적이었고, 공시 전후로 거래량이 전일 대비 두 배 이상 늘면서 기술적 반등과 뉴스 모멘텀 효과가 결합됐다. 이 과정에서 단기 매매 수요가 급증해 일중 변동 폭이 커지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회사 본업인 정밀화학·원료의약품 역량이 재조명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그린생명과학은 의약품 중간체와 원료의약품을 개발·생산하며 글로벌 의약품 원료 시장에서 거래선을 넓혀온 기업이다. 최근에는 신약 후보 물질 중간체와 맞춤형 신약 소재까지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세포배양 인플루엔자 백신 원료와 농생명·식물 보호 화학 계약이 동시에 주목을 받으면서 정밀화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농화학 융합 소재 기업이라는 포지셔닝도 강화되는 양상이다.

 

가격 패턴을 보면 11월 11일 상한가를 계기로 추세 전환이 뚜렷해졌다. 상한가 이후 12~14일 연속 급등 구간에서 일중 고가와 저가 차이가 크게 벌어졌고, 거래량은 평소 대비 수 배 수준인 수천만주까지 증가했다. 17~19일 조정 국면에서도 전고점 대비 낙폭이 제한적인 가운데 20일선 위에서 지지를 확인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21일 장중 다시 10퍼센트대 강세를 보이면서 독감·백신 테마 뉴스와 공급계약이라는 펀더멘털 재료가 결합된 모멘텀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시장에 재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테마 관점에서 이 종목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묶인다. 첫째, 세포배양 기반 인플루엔자 백신 원료와 항원단백질 생산 플랫폼을 보유한 백신·감염병 테마주다. 둘째, 의약품 중간체와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정밀화학·신약 소재 관련주이며, 셋째, 최근 대형 계약으로 부각된 작물보호·농화학 관련주다. 최근 한 달간 주가 민감도가 가장 높았던 재료는 독감 환자 급증과 대형 공급계약 공시였고, 이 두 요소의 강도가 약해질 경우 테마 파급력이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동일 업종 내 비교에서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게 갈린다. 강점으로는 실적 개선 속도와 영업이익 증가율이 꼽힌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100퍼센트를 웃도는 수준으로 구조 개선 흐름이 뚜렷한 반면, 약점은 여전히 작은 절대 이익 규모와 낮은 ROE다. PBR이 1배 중반대에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절대 저평가라기보다는 성장성과 테마 모멘텀을 일부 선반영한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계획된 실적이 뒷받침되면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지가 생기겠지만,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는 양면성을 동시에 안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망과 투자 전략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4,000원 안팎 가격대가 주요 지지·저항 구간으로 거론된다. 상한가 이후 형성된 단기 매물대와 전일 종가 수준을 감안하면 4,000원을 지키는 범위에서는 독감·백신 관련 뉴스나 추가 수주 기대를 바탕으로 반등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보수적 시각에서는 4,000원이 하향 이탈하면 3,600~3,700원대에서 조정이 심화될 수 있고, 낙관적 시각에서는 4,600원대 52주 최고가를 안착 돌파할 경우 5,000원선 추가 레벨업을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기적으로는 100억 원대 공급계약 매출 인식 여부와 독감 수요 강도 유지가 핵심 체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 유의사항으로는 단기 테마성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우선 지목된다. 독감 유행 강도, 정부 백신 정책, 경쟁사 백신 공급 상황 등 외부 변수에 따라 테마 강도가 빠르게 달라질 수 있고, 대형 공급계약도 진행 과정에서 규모나 조건이 바뀌거나 지연될 위험이 존재한다. 소형주 특성상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주가 조정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자사주 처분 이후 추가 자금 조달 이슈가 다시 부각될 여지도 있다. 시장에서는 뉴스 모멘텀만을 근거로 추격 매수하기보다는 손절 라인과 분할 매수 기준을 사전에 설정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향후 주가 흐름은 독감 유행 관련 통계와 백신 수요, 대형 공급계약의 실질 이행 상황, 글로벌 경기와 금리 환경 등 복합적인 변수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기 테마 장세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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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생명과학#독감대유행#백신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