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남해 농어촌 기본소득 도비 복원해야"…더불어민주당, 경남도의회와 정면 충돌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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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대응을 둘러싸고 경남도의회와 더불어민주당이 맞붙었다. 경남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도비가 상임위원회 단계에서 전액 삭감되자, 야당과 남해 지역구 도의원이 예산 복원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는 3일 경상남도 농정국 예산안 심사에서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관련 국비·도비 407억1600만원 가운데 도비 126억3600만원 전액을 삭감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농해양수산위원회는 국민의힘 소속이 절대다수이며, 더불어민주당은 남해가 지역구인 류경완 도의원만 포함돼 있다.

류경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의원은 4일 경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결특위 단계에서의 예산 복원을 촉구했다. 류 의원은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이 지역소멸 극복의 새로운 희망이 되도록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삭감 예산을 회복해 줄 것을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농해양수산위원회 다수는 이 사업이 지방비를 과도하게 투입하는 데다 위장 전입 유인, 다른 시군에 피해를 주는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삭감을 결정했다.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에 대한 도비는 전체 사업비 702억원 가운데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류 의원은 이런 비판에 반박하며 사업의 배경과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발표하기 전부터 남해군민들이 소멸위기를 극복하고자 기본소득 운동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소득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후 남해군 인구가 4만명을 회복했다"며 "위장전입이 아니라 남해군에 빈집·토지를 보유한 출향인, 직장이 남해군에 있지만 정주 여건이 더 좋은 진주·사천 등에서 출퇴근하던 인구가 실거주를 결심하고 돌아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류 의원은 사업 설계 측면을 들어 선심성 논란을 반박했다. 그는 기본소득을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해 "100% 남해군 골목상권을 순환하도록 했다"며, 2년 한시 시범사업으로 운영되는 만큼 성과 검증과 제도 보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해군을 제외한 다른 시범사업 대상지에는 도비 확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도비 전액 삭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경남도당은 "농어촌기본소득은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돼 지역 내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경제 활성화에 직결되는 순환경제 효과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퍼주기식 복지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근간을 지탱하는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투자"라고 강조했다.

 

경남도당은 또 "이 사업은 2년으로 한정된 시범사업"이라며 "남해군이 시범사업을 통해 성과를 검증하고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이 경험은 차후 도내 다른 소멸위기지역에 적용될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해군에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닌, 경남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소중한 정책 실험대가 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면밀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예산을 반드시 원안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은 이재명 정부가 지역소멸 대응을 위해 추진하는 국가 시범사업이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전국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69곳 가운데 남해군을 포함한 10곳을 선정해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10개 농촌지역 주민 전원에게 매달 개인당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와 인구 유입 효과를 검증하는 구상이다.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전체 예산 702억원 중 정부가 280억8000만원(40%), 경상남도가 126억3600만원(18%), 남해군이 294억8400만원(42%)을 부담하는 구조다. 특히 정부가 경상남도에 일반 기준보다 높은 도비 지원 비율 30%를 요구한 상황에서, 도가 편성한 도비 전액이 도의회에서 삭감될 경우 남해군 시범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산 심사는 이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공이 넘어갔다. 도의회 예결특위는 다음 주 예산안 종합심사에서 농해양수산위원회가 삭감한 도비 예산을 복원할지, 삭감안을 유지한 채 본회의로 넘길지 결정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예산을 둘러싼 공방이 예결특위 심사 과정에서 다시 격론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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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완#남해군농어촌기본소득#경남도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