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문 연겠다” 발언에 쏠린 시선…미국 연준 12월 금리인하 기대 속 비트코인 급등락 우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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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3일 미국(USA) 뉴욕 금융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한 달 사이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포브스는 이날 보도를 통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1조달러 규모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한 번 통화정책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의 매파·비둘기파 신호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사이클이 조정 국면인지 본격 하락장의 초입인지를 두고 시장이 갈림길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약 한 달 전 개당 12만6,000달러 고점에서 8만달러선까지 밀려난 뒤, 현재는 9만달러 안팎에서 소폭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약 40퍼센트나 하락해, 암호화폐 시가총액 1조달러 붕괴 우려를 자극했다. 현지 시장에서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이 긴축 기조에서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관측이 가격 변동의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연준 12월 금리인하 기대에 흔들린 비트코인
연준 12월 금리인하 기대에 흔들린 비트코인

정책 기대를 키운 것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연준 내부 기류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유동성 공급과 관련해 “수문을 연다”는 식의 기대를 부각해 왔고, 이에 따라 시장은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을 늘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0.25퍼센트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하루 만에 39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정책 완화 전망이 강화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는 동시에, 이미 급등했던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포지션 조정 필요성이 부각되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중립 수준에 더 가깝게 조정할 여지가 단기적으로 남아 있다”고 언급해, 추가 완화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다. 동시에 그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퍼센트 목표로 되돌리는 것이 중요하며, 최대 고용 목표에 과도한 위험을 만들지 않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해, 물가와 고용 사이 균형을 재차 상기시켰다.

 

이 발언은 직전 FOMC 의사록에서 위원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가 드러나고, 지연 발표된 9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추가 완화를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직후 나왔다. 포브스는 뉴욕 연은 총재의 비둘기파 톤이 다시 부각되면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조정 이후 재도약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정서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묘한 어조 변화가 시장에 ‘연착륙+완화’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하면서, 최근 하락을 추가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병존하는 모습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비트코인 급락을 연준 요인만이 아닌 복합 악재의 결과로 해석한다. 블루프린트파이낸스(Blueprint Finance) 최고경영자 니컬러스 로버츠-헌틀리(Nicholas Roberts-Huntley)는 이메일 코멘트에서 “비트코인이 10월 12만5,000달러대 고점에서 현재 9만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관세 관련 악재, 강달러, 과도한 레버리지 청산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초 펀더멘털은 변한 것이 없으며, 레버리지 해소는 이후 더 건전한 상승을 위한 리셋이 될 수 있다”며 연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9만5,000∼11만달러 범위에서 안정·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이런 시나리오는 매크로 환경 완화와 자금 유입 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어, 연준의 실제 행동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베어마켓의 시작 시점과 다음 상승장의 도래 시점을 둘러싸고도 전문가들 간 견해차가 두드러진다. 트레이딩 플랫폼 사이드시프트(SideShift.ai) 창업자 안드레아스 브렉켄(Andreas Brekken)은 “베어마켓은 2024년 12월에 이미 시작됐으며, 달러 인플레이션이 이를 가려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유로(BTC/EUR), 비트코인/금(BTC/GOLD) 차트를 근거로 “현재는 피가 거리에 흐르는 단계의 투매와 항복 국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2026년 1분기에 다음 강세장이 시작될 것이라는 장기적인 강세 전망을 제시했다. 명목 달러 기준 가격만으로 시장 국면을 판단하기 어렵고, 실질 가치와 교차 자산 비교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분석이다.

 

온체인 데이터를 토대로 기관 자금을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기관 대상 온체인 자산·수익 관리 플랫폼 킬른(Kiln) 리서치 책임자 로버트 리(Robert Le)는 이메일에서 연준의 양적 긴축(QT)이 2025년 12월 1일 종료될 계획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지난 8∼10월 기록한 비트코인 고점이 “사이클 상단이 아니라 오히려 중간지점일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비트코인이 과거 반감기·유동성 사이클에 맞춰 움직이던 ‘프로그램된 패턴’에서 점차 이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는 현재 시장이 상방 잠재력과 하방 리스크를 모두 잘못 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사이클의 정점이 전통적인 급등 국면과는 다른 ‘고점처럼 보이지 않는 고점’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이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의 핵심 촉매로 다시 부상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은 12월 FOMC 회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0.25퍼센트포인트 인하와 QT 종료 계획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이행될지, 또 그 과정에서 인플레이션과 고용지표가 어떤 궤적을 보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주요국 간 지정학적 긴장, 글로벌 유동성 축소 가능성, 각국의 암호화폐 규제 강화 움직임 등 외신이 직접 다루지 않은 요인들도 비트코인 수급과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 변수로 거론된다.

 

브렉켄과 리가 제시한 ‘2026년 1분기 강세장 개시’와 ‘이전과 다른 형태의 사이클 고점’ 시나리오는 연준 긴축 종료 시점과 폭, 인플레이션 경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비트코인이 이미 주요 자산군으로 편입되면서, 미국 증시와 글로벌 채권, 달러 인덱스와의 상관관계 변화도 향후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부상해 왔다. 이처럼 다양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이번 가격 조정이 장기 상승장의 숨 고르기인지, 아니면 사이클 피크에서 본격 하락장으로 접어드는 초입인지에 대해 단정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결국 2025년 연말까지 비트코인이 9만5,000∼11만달러 범위에서 안정적인 박스권을 형성할지, 추가 급등락을 동반한 변동성 확대 국면으로 넘어갈지는 연준의 12월 회의 결과와 이후 정책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글로벌 유동성·규제 환경의 변화에 좌우될 전망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단기적으로 정책 기조 변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매크로 환경과 수급·규제 리스크가 빚어낼 높은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는 연준의 정책 전환과 비트코인 시장의 대응 양상이 향후 글로벌 금융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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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연방준비제도#fo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