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키오스크 확대…새로엠에스, 경로당에서 의료 공백 메운다
비대면 진료 키오스크가 고령층이 주로 이용하는 경로당으로 들어가며 지방 공공의료 인프라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일동제약그룹 계열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새로엠에스가 전남 영광군의 건강 증진형 스마트 경로당 구축 사업에 참여해 비대면 진료용 키오스크 새로닥터 공급을 마무리했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원격 진료 플랫폼이 지자체 복지망 안으로 편입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산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새로엠에스는 영광군 관내 25개 경로당에 새로닥터 설치를 완료하고 22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전남도와 영광군,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함께 추진하는 지역사회 공공복지 프로젝트로, 농어촌 지역 의료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영광군 스마트 경로당 사업의 핵심은 IT와 스마트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공간적 제약과 이동 불편을 줄이고, 보건 의료 및 돌봄 서비스를 경로당이라는 생활 거점에 집중시키는 데 있다. 의료기관이 부족하거나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 병원 방문 부담을 덜고, 평소 이용하던 경로당에서 상시 건강 상담과 진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새로닥터는 키오스크 형태의 비대면 진료 통합 솔루션 장비다. 현장에 설치된 단말기 화면에서 진료 과목과 의료진을 선택하면 화상 연결을 통해 원격 영상 진료를 진행할 수 있다. 진료가 끝난 뒤에는 지정 약국으로 전자 처방전이 전송되며, 수령 약국 선택과 본인부담금 결제까지 단말기에서 한 번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이러한 올인원 구조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 특히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기술 구현 측면에서 새로닥터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고해상도 카메라, 스피커·마이크 모듈을 기본 탑재해 의사와 환자가 대면에 가까운 화질과 음질로 소통하도록 설계했다. 사용자는 큰 글자 크기로 구성된 메뉴와 단계별 음성 안내를 따라가면 진료과 선택부터 신원 확인, 화상 연결, 결제, 처방전 전송까지 진행할 수 있다. 일반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원격진료 앱 대비 조작 단계를 단순화하고 버튼 크기와 대비를 키우는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고령층 중심으로 재구성한 점이 차별 요소로 꼽힌다.
시장 측면에서는 원격의료 인프라가 병원이나 개인 가정이 아니라 경로당, 복지시설, 산업단지 같은 집단 거점으로 확장되는 흐름에 의미가 있다. 경로당에 상시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정기적인 만성질환 관리, 생활 습관 상담, 약 복용 점검 등이 가능해지면 보건소와 읍면 단위 보건지소의 부담을 줄이고, 조기 발견과 예방 중심의 지역 보건 모델 구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면 진료를 선호하는 고령층의 특성을 고려할 때 원격 진료의 실효성은 대형 화면, 현장감 있는 영상 품질, 직관적인 안내 기능에 크게 좌우된다. 새로닥터가 대화면 및 음성 안내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기관이 정기적으로 운영요원을 배치해 초기 안내를 제공하면 디지털 격차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기간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 논의 단계에 들어선 상황이다. 원격의료 전면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계 일각의 우려 속에서도 의료 취약지역과 노인·장애인 등 이동이 어려운 계층에 대한 제한적 활용에는 공감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영광군 사례처럼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의료기관·약국과 연계하는 구조는 향후 제도 설계 시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원격진료 키오스크가 요양원, 시니어센터, 직장 보건실 등에 설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혈압·체온·산소포화도 등 기본 바이탈 사인 센서를 탑재한 키오스크를 통해 원격 진료와 기초 건강 측정을 병행하는 모델이 확산 중이다. 국내 기업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공급할 수 있는지, 의료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가 글로벌 진출의 관건으로 거론된다.
규제 측면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는 범위, 원격 처방전 발급과 약 조제 절차,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소재 등이 핵심 쟁점이다. 지자체 거점에 설치된 키오스크의 경우 장비 관리 주체, 데이터 저장 위치, 보안 사고 발생 시 대응 프로세스도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 공공조달 사업에 참여하는 기기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인증과 정보보호 인증을 확보해야 하며, 고령층 대상 서비스 특성상 접근성 기준도 강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일동제약그룹 관계자는 현재 영광군 외 다른 지자체와도 유사 사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 서비스 취약지역과 경로당, 요양원, 복지 시설, 산업 단지 등으로 새로닥터 보급을 확대하고, 공공사업과 민간사업 참여를 병행해 플랫폼 기반을 넓혀가겠다는 전략이다. 지역 거점형 원격진료 인프라가 제도권 안에서 어떻게 정착할지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성장 경로를 좌우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러한 키오스크형 솔루션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수용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