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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식습관도 진단한다"…질병관리청, 청소년 건강데이터 활용 고도화 속도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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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의 아침 결식과 패스트푸드 중심 식습관이 더욱 고착되는 가운데, 이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개입 전략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접목하면 국가 조사에서 수집한 생활습관 정보를 개인 맞춤형 예방의료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청소년 시기의 생활습관이 질병 부담 구조를 좌우하는 만큼, 장기 축적된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분석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질병관리청은 4일 2005년부터 매년 전국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수행해 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2024년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청소년 아침식사 결식률은 43.6퍼센트로, 전년 42.4퍼센트보다 1.2퍼센트포인트 높아졌다. 2016년 28.2퍼센트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15.4퍼센트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여학생의 아침 결식률은 45.3퍼센트로 남학생 41.9퍼센트보다 높아 성별 차이도 확인됐다.

아침은 거르면서 열량 밀도가 높은 음식 섭취는 늘어나는 양상이다.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청소년 비율은 27.0퍼센트로 10년 사이 약 10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28.9퍼센트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주당 세 번 이상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것이다. 당을 첨가한 단맛 음료를 주 3회 이상 마시는 비율도 지난해 64.4퍼센트에서 올해 58.3퍼센트로 낮아졌지만, 조사 대상의 과반이 정기적으로 당류 음료를 섭취하는 상태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생활습관 지표를 AI와 연계하면 위험군 조기 탐지와 맞춤 개입 알고리즘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침 결식, 패스트푸드 섭취 빈도, 단맛 음료 섭취량, 신체활동 수준, 수면 시간 등을 통합한 복합 위험 점수 모델을 만들면, 비만과 대사증후군, 당뇨병 전단계, 우울감 등과의 상관성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 기존에는 개별 항목별 통계 수준에서만 관리가 이뤄졌다면, AI 분석을 활용하면 특정 생활습관 패턴 조합에 따른 질병 위험을 세분화해 학교나 보건소, 모바일 앱에서 개인별 권고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고도화가 가능해진다.

 

기술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데이터, 학교 건강검사 결과, 지역 보건소의 체성분 검사 정보 등과 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연계해 익명화한 연구용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작업이 선행 과제다. 이후 그래디언트 부스팅이나 딥러닝 기반 예측 모델을 활용해, 청소년기 식습관이 5년 뒤 체질량지수와 혈압, 혈당, 정신 건강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모델을 학습할 수 있다. 특히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를 반영하는 시계열 분석과, 개입 전후의 차이를 비교하는 인과 추론 기법을 접목하면 단순 상관관계를 넘어 정책 개입 효과를 전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 도구로서 가치도 크다.

 

청소년들의 실제 생활 패턴을 반영한 디지털 솔루션 개발 가능성도 크다. 학교 급식 정보와 연동되는 모바일 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앱이 학생 개인의 아침 결식 빈도와 전날 활동량을 기반으로 그날 점심 선택을 추천하는 구조다. 패스트푸드 섭취와 당류 음료 습관이 높은 학생에게는 자판기 결제 시 당 함량이 낮은 음료를 우선 제안하거나, 선택 시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하면 주당 신체활동량도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어, 데이터 입력 부담은 줄이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영양관리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학교 급식 시스템, 위치 정보, 구매 기록을 통합해 청소년의 열량·영양소 섭취 패턴을 분석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했고, 일부 국가는 비만 고위험군 학생을 선별해 원격 영양 상담을 연계하는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들 서비스는 개인식별정보를 제거한 뒤 축적된 데이터를 제약사와 식품사, 보험사에 제공해, 질병 예측 모델 개발과 맞춤형 건강식 제품 설계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해 청소년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은 제약이 크다. 다만 공공 목적의 연구와 보건정책 수립을 전제로 한 비식별·가명 처리 데이터 활용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건강행태조사와 같은 대규모 공공 데이터에 AI 분석을 결합할 경우, 특정 기업의 수익 모델보다 국가 단위의 예방의료 시스템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데이터 보호와 활용을 조율하는 법제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디지털 기반 예방정책 설계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질병관리청은 흡연과 음주 지표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신체활동 지표 악화와 식습관 불균형이 장기적인 건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주 5일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청소년 비율은 지난해보다 0.6퍼센트포인트 하락했다. 운동량 감소와 아침 결식, 패스트푸드·당류 음료 섭취 증가는 비만과 심혈관질환 위험을 동시 높이는 조합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도구를 활용한 조기 개입 설계가 필요한 지점이다.

 

한 예방의학 전문가는 청소년기 건강행태는 10년 뒤 성인기 만성질환 구조를 결정하는 선행 지표라며, 지금 축적되는 생활습관 데이터에 AI 기반 분석을 더하면 세대 단위의 질병 부담을 예측하고 줄이는 정책 도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와 보건당국 모두 청소년 식습관과 활동 데이터가 디지털 시대의 핵심 건강 인프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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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청소년건강행태조사#디지털헬스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