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 계곡물 소리”…무더운 김해에서 찾는 도심 속 쉼표
요즘 맑은 여름 하늘 아래 김해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한때 피서란 멀리 떠나는 ‘큰맘’의 일이었지만, 지금은 도심 가까운 자연과 문화 명소에서 하루를 느긋하게 보내는 것이 여름 일상이 됐다.
31일 김해는 낮 최고기온 34도에 체감온도 33.3도를 기록했다. 뜨거운 햇살이 이어졌지만, 미세먼지 없이 청명한 하늘이 펼쳐졌다. SNS에선 김해 장유대청계곡 인증샷이 쏟아지고 있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근 아이들과, 한적한 평상 위에서 바람을 만끽하는 어른들이 자연스레 미소 짓는다. “탁 트인 하늘과 시원한 물소리를 동시에 듣는 건 오랜만”이라는 반응도 많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지역 관광안내소에는 야외와 실내 체험을 묶은 당일·1박 코스 문의가 꾸준히 이어진다고 한다.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대표 명소 ‘김해수로왕릉’과 ‘국립김해박물관’은 여름이면 가족 동반 방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유서 깊은 가야의 역사와 고대 토기, 신화 이야기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더위가 걱정이라면 ‘김해 와인동굴’을 주목할 만하다. 동굴 속 평균기온은 한여름에도 서늘해, 문화 전시와 와인 시음이 두루 어우러진 이색 피서지로 각광받는다. 밤이 되면 ‘김해천문대’에서 별과 행성을 가까이하며 우주의 로망을 실감할 수도 있다.
지역 문화해설사는 “도시 한복판에서도 자연과 역사를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게 김해 여행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대단하고 화려한 장소보다, 아이들과 손잡고 걷는 평화로운 풍경에서 진짜 여름 휴식이 시작된다”는 그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댓글 반응도 담백하다. “큰 계획 없이도 하루 쉬었다 오기 딱 좋다”, “날씨가 좋아서 사진이 다 작품”이라는 글이 줄을 잇는다. 서두르지 않아 더 여유롭고, 멀리가지 않아 더 가깝게 느껴지는 여름의 쉼이다.
도심 속 계곡, 왕릉 산책, 동굴 피서, 별 구경까지―한 도시에서 다양한 계절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김해의 여름.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