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금리 인하 기대 반영됐다”…뉴욕증시 상승 출발, AI·소비주 동반 반등
21일(현지시각) 미국(USA) 뉴욕증시가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상승 출발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완화적 발언 이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되며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양상이다. 이번 움직임은 그간 변동성이 확대됐던 인공지능(AI) 기술주와 소비 관련주에 동반 반등을 이끌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21일 오전 10시 1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32% 오른 45,899.25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21% 상승한 6,552.1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0.02% 오른 22,081.52에 거래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해 인하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을 한층 높게 반영하고 있다.

신호탄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이었다. 윌리엄스 총재는 칠레(South Korea) 산티아고에서 열린 칠레 중앙은행 창립 100주년 기념회의 연설에서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정책 기조를 중립 범위에 더 가깝게 이동시키기 위해 가까운 시일 내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추가 조정할 수 있다고 여전히 보고 있다”고 말하며, 연방기금금리(FFR)의 하향 조정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사실상 연준 내부 핵심 인사가 단기간 내 인하를 거론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한층 키운 셈이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윌리엄스 총재 발언 이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확률은 70.9%로 뛰어올랐다. 전일 집계된 39.1%에서 하루 새 30%포인트 이상 급등한 수치로, 연준이 긴축에서 명확히 방향을 돌릴 것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된 결과다. 시장에서는 12월이든 내년 초든 인하 사이클 진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는 그동안 부담이 컸던 고평가 성장주, 특히 인공지능 관련 대형 기술주에도 다시 매수세를 유입시키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는 동시에 향후 할인율이 낮아져 성장주의 가치평가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됐다. 대형 기술주 가운데 애플은 장 초반 1.07% 상승했고, 알파벳도 3.12%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다만 기술 업종 전반은 장중 약세 섹터로 분류되는 등 개별 종목별로는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발표된 미국 경기 지표와 맞물려 나타났다. 11월 S&P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 가운데 제조업 PMI는 51.9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 52.0을 소폭 밑돌았다. 반면 서비스업 PMI는 55.0으로 예상치 54.5를 웃돌았고, 최근 4개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비스 부문이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구조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같은 달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도 51.0으로 조사돼 시장 예상치 50.5를 상회했다. 소비 심리가 극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 추가 악화 없이 완만하게 안정되는 모습이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소비 관련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정책 선회 가능성을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면서도, 인하 시점과 속도를 둘러싼 변동성은 앞으로도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존 켐벨 핵심 자산팀 헤드는 “12월이든 내년 초든 금리 인하 사이클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히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시장이 연준의 완화 전환 가능성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12월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는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이 내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실제 행동에 나설 때까지 발언과 지표에 따라 기대와 실망이 교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섹터별로는 방어주와 내수 관련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헬스케어, 통신, 소비재 업종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반면, 기술과 에너지 업종은 약세 흐름을 보였다. 개별 종목을 보면 의류 소매업체 갭은 실적 발표에서 동일 점포 매출이 5%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주가가 6% 이상 뛰었다. 미국 소비 여력이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가 확인되자 소매·유통주 전반에 긍정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반면 위험자산 가운데서는 가상자산과 일부 성장주의 조정이 눈에 띄었다.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갤럭시 디지털은 비트코인 가격이 8만달러대로 밀리면서 약 5% 하락했다. 디지털 분석 솔루션 업체 일래스틱은 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서 클라우드 부문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친 영향으로 주가가 14% 넘게 밀렸다. 금리 인하 기대에도 개별 기업의 성장 모멘텀과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잣대는 여전히 엄격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증시가 연준의 완화 기대로 상향 출발한 것과 달리, 유럽(EU) 주요 증시는 대체로 약세를 나타내며 엇갈린 흐름을 연출했다. 유로존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보다 0.96% 내린 5,516.41에 거래되고 있다. 영국(UK) FTSE100 지수는 0.18% 하락했고, 프랑스(France) CAC40 지수와 독일(Germany) DAX 지수도 각각 0.01%, 0.46% 내렸다. 미국과 유럽 간 통화정책 속도 차, 경기 회복력의 격차, 기업 실적 전망 차이가 동시 반영되며 대서양 양안 증시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국제 유가도 하락세를 보이며 위험자산 전반에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같은 시각 근월물인 202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2.66% 떨어진 배럴당 57.43달러에 거래 중이다. 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Ukraine) 전쟁이 종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유가 하락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산유국 리스크와 전쟁 프리미엄이 줄어들 경우 에너지 가격 부담이 완화돼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유럽 증시 약세, 유가 하락이 동시에 맞물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연준이 실제로 12월 금리 인하에 나설지, 혹은 내년 초까지 결정을 미룰지에 따라 주식·채권·원자재 시장의 자금 흐름이 크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나올 연준의 메시지와 향후 통화정책 경로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