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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특별법 내일 발의”…더불어민주당, 한미 관세협상 후속 입법 착수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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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을 둘러싼 입법 공백을 두고 여야가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미투자특별법 발의를 공식화하면서, 국민의힘이 요구해온 국회 비준 논쟁도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를 지원하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법안은 국회에서 시간을 두고 심사하되, 미국의 관세 인하 조치 효과만큼은 이달 1일자로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APEC 성과 확산 및 한미 관세협상 후속 지원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미투자 특별법을 26일 발의한다”고 밝히고, 발의 일정과 심사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대미 투자와 관련해 우리 측 부담이 있는 만큼 국회 심사는 시간을 갖고 꼼꼼하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특별법안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하며, 한미 전략적 투자를 위한 특별기금 설치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앞서 미국과 한미 관세 합의 및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 MOU를 체결하고, 이에 따라 미국에 3천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양국 합의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되고, 적용 시점은 11월 1일자로 소급되는 구조가 된다. 정부는 미국 측이 자동차 등 관세 인하를 위한 세부 절차를 조속히 연방관보에 게재하도록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요구해온 관세협상 국회 비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허 수석부대표는 “한미 전략투자 MOU는 국제법상 구속력이 있는 조약에 해당하지 않아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간 상호 신뢰가 있기에 비준은 필요 없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회 논의 과정은 길게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허 수석부대표는 대미투자특별법 심사 방식과 관련해 “김 원내대표의 대표 발의 외에 의원별로 추가적인 발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를 병합 심사해서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입법 취지와 심사 원칙을 재차 밝혔다. 그는 “대미투자특별법은 이번 주 발의하되 현장의 요구와 국가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꼼꼼히 심사·보완하도록 하겠다”며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규제 개선과 산업별 지원을 적극 추진하고,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의 보완책도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법안 심사를 통해 특정 업종 피해를 최소화하고, 규제 정비와 지원책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정리한 팩트시트에 언급된 잠수함 관련 표현도 조정하기로 했다. 당정은 향후 용어를 원자력추진 잠수함이 아닌 핵추진 잠수함으로 통일해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한미 간 후속 협의와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통해 조기에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예산과 법률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비관세 분야 후속 조치도 논의됐다. 당정은 자동차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자동차 안전기준과 환경기준과 관련한 비관세 장벽을 개선하기로 했다. 농업 분야는 추가 수입 개방 없이 협상을 진행하되, 향후 수입 검역 협상이나 생명공학 제품 유해성 심사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에 근거해 처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이 요구한 지도 반출 허가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내세웠다. 당정은 “지도 반출 허가 여부는 국익 관점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협의해가기로 했다”고 정리했다. 구체적인 이행 계획은 연내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공동위원회를 열어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미투자특별법 발의를 계기로 관세 인하 효과를 조기에 체감시키겠다는 구상인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 절차를 강조하고 있어 정치권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법안 발의 이후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투자 부담, 산업별 영향, 안보·비관세 분야 후속 조치 등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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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김병기#대미투자특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