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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수막구균 4가백신 임상 가속" 아이진, 2상 투여 완료로 자립화 시동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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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막구균 백신 국산화 경쟁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 기업 아이진이 개발 중인 국산 수막구균 4가 백신 EG-MCV4가 임상 2상에서 목표 대상자 전원 투여를 마무리하면서다. 그동안 전량 수입 백신에 의존해 온 국내 수막구균 예방접종 시장에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진척을 백신 자급 경쟁과 글로벌 저가 입찰 시장 진입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아이진은 EG-MCV4의 국내 임상 2상 시험에서 목표 대상자 125명의 투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수막구균 감염 이력이 없는 건강한 성인 125명으로, 단회 투여 후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설계다. 동시에 글로벌 상용 백신인 멘비오와 비교해 면역 반응에서 뒤처지지 않는지 비열등성도 검증한다. 비열등성 확보는 향후 허가 심사에서 핵심 근거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EG-MCV4는 수막구균 혈청형 A, C, W, Y를 한 번에 예방하도록 설계한 4가 백신이다. 수막구균 감염은 패혈증과 수막염을 일으키며 치사율과 후유증 부담이 커, 군 입대 전 예방접종과 일부 고위험군에서 접종이 권고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수막구균 4가 백신은 모두 수입 제품으로, 조달 단가와 공급 안정성이 지속적인 과제로 꼽혀 왔다. 아이진은 EG-MCV4가 허가를 받을 경우 국내 수요를 국산으로 대체해 조달 비용을 낮추고 공급 리스크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임상은 2상과 3상을 시간차를 최소화해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전략으로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회사는 2027년까지 품목허가를 마무리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통상 백신 임상과 허가에는 수년이 소요되지만, 2상 결과를 바탕으로 바로 3상 피험자 모집과 투여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개발 시간을 압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실제 허가 일정은 임상 결과와 규제당국 심사에 따라 변동될 여지도 있다.  

 

아이진은 EG-MCV4의 상업화 전략에서 국내 시장과 글로벌 입찰 시장을 병행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허가 및 사업화 이후 중남미 국가 대상 공공 입찰 시장과 중남미 민간 시장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중국,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까지 확장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수막구균 백신은 선진국뿐 아니라 공공 조달 비중이 큰 신흥국에서 안정 공급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국산 4가 백신이 일정 수준의 규모 생산 체계를 갖추면 가격 경쟁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 및 생산 파트너십도 병행 구축했다. 아이진은 EG-MCV4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백신 전문 기업 유바이오로직스와 수막구균 4가 백신 개발 및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마케팅과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한국비엠아이와 공동 개발을 진행하며 상업 생산 단계에서의 대량 공급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연구개발, 제조, 판매를 분업하는 구조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개발 성공 시 빠른 양산 체제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글로벌 수막구균 4가 백신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하고 있으며, 고가 프리미엄 제품과 국제기구 조달용 저가 제품이 양극화된 구조를 보인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EG-MCV4가 멘비오 등 기존 제품과 유사한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경우, 국내 군 장병과 청소년 접종 수요는 물론 국제기구 및 국가 입찰 시장에서도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품질과 제조 공정에 대한 국제 기준 충족, WHO 사전적격성평가 등 추가 관문도 넘어야 해 상용화까지는 단계별 검증이 요구된다.  

 

수막구균 백신 국산화는 국내 백신 주권 강화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감염병 위기를 겪으면서 백신과 필수 의약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EG-MCV4가 계획대로 2027년 전후 품목허가를 획득해 실제 조달 체계에 편입된다면, 국내 예방접종 정책과 예산 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EG-MCV4의 임상 2상 투여 완료가 본격적인 상용화 검증 단계로 넘어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종 허가까지 추가 임상 데이터와 규제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향후 3상 설계와 글로벌 규제 기준 충족 여부가 관건으로 거론된다. 산업계는 이번 국산 수막구균 4가 백신 개발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수입 의존 구조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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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진#eg-mcv4#유바이오로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