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거부로 중계 실익 없어"…법원, 김건희 피고인신문 중계 불허
정치적 충돌 지점은 법정으로 번졌고, 핵심 인물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신문 방식에 특검팀과 재판부가 맞붙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심리 중인 법원이 진술거부권 행사에 따른 중계 실익 부재를 이유로 피고인신문 중계를 허가하지 않으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는 3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 공판에서 피고인신문 과정 중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검팀이 낸 중계 신청을 검토한 뒤, 피고인 진술 거부로 중계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서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김 여사에게 3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김 여사는 모두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재판부는 진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피고인신문 중계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특검팀의 추가 신문을 제지했다.
우인성 부장판사는 "특검은 피고인 신문에 한해서 중계를 신청했다"며 "피고인의 진술 거부로 중계 실익이 없어서 재판 중계 신청을 불허한다"고 고지했다. 피고인신문은 형사재판 막바지에 검사 등이 피고인을 직접 신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로, 김 여사 측은 사전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재판부에 알린 상태였다.
특검팀은 이미 지난달 17일 재판부에 서증조사 공판과 피고인신문 절차에 대한 법정 중계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열린 공판에서는 서증조사 전까지에 한해 일부 중계를 허가했다. 그러나 피고인신문과 관련된 이번 신청은 피고인 진술의 부재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신문 이후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른바 1차 주포로 알려진 이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씨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김건희 여사를 연결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이 씨 측이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특검팀은 이 씨에 대한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김 여사는 검은색 코트 차림에 안경과 흰 마스크를 착용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는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다가, 간헐적으로 방청석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도 보였다.
김건희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8억1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2024년 8월 29일 구속기소 됐다. 혐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 사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공모해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로부터 합계 2억7천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공모해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지원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고가 목걸이 등 8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에 해당한다.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의 진술거부권 행사와 법원의 중계 불허 결정을 두고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재판 투명성 문제와 책임성 약화를 지적할 가능성이 크고, 여권은 피고인의 방어권과 재판부 판단 존중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피고인신문 중계는 무산됐지만, 핵심 쟁점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판단은 향후 재판을 통해 이어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추가 증거조사와 변론 기일을 거쳐 선고 일정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