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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터·텔루라이드 재편” 현대차·기아, 북미 전략 SUV 강화→성능·효율 동시 공략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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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LA 오토쇼 2025 현장에서 북미 전략 SUV와 고성능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우며 향후 제품 방향성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현대차는 오프로드 전용 콘셉트카 크레이터 콘셉트와 고성능 전기 세단 아이오닉6N을, 기아는 6년 만에 완전변경을 단행한 올 뉴 텔루라이드를 최초 공개하며 SUV 중심의 북미 공략 수위를 한층 높였다고 밝혔다.  

 

현대차 크레이터 콘셉트는 브랜드 오프로드 특화 트림 XRT의 다음 단계를 제시하는 모델로 설명됐다. 경사로 주행 환경에서 앞뒤 범퍼 손상을 줄이기 위해 접근각과 이탈각을 공격적으로 키웠고, 차체 하부에는 강인한 인상을 주는 보호판과 측면 보호 패널을 두텁게 적용했다. 육각형 휠 디자인과 조형미를 강조한 차체 보호 요소는 XRT 특유의 거친 이미지와 미래지향적 감성을 함께 담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은 모래와 눈 등 가혹한 노면에서도 주행 자신감을 제공해 온 팰리세이드 XRT 프로 사례를 상기시키며 크레이터가 XRT의 향후 비전을 응축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크레이터·텔루라이드 재편 현대차·기아, 북미 전략 SUV 강화→성능·효율 동시 공략
크레이터·텔루라이드 재편 현대차·기아, 북미 전략 SUV 강화→성능·효율 동시 공략

같은 무대에 오른 아이오닉6N은 현대차가 북미에서 처음 선보인 고성능 전기 세단으로, 브랜드 전동화 전략의 ‘퍼포먼스 아이콘’을 자임하는 성격이 강하다. 고성능 사륜구동 시스템과 84.0kWh 배터리를 결합해 합산 최고 출력 448kW, 즉 약 601마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정교한 출력을 토대로 고속 주행과 트랙 주행 성능을 동시에 겨냥했고, 내년 중 북미 출시가 공식화되면서 고성능 전기차 시장 경쟁 구도에도 미세한 균열이 예고된 상황으로 분석된다.  

 

기아는 북미 전략형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2019년 1세대 출시 이후 6년 만에 완전변경한 올 뉴 텔루라이드를 LA에서 공개하며 상품 경쟁력 재정비에 나섰다. 텔루라이드는 미국 시장에서만 지난달까지 누적 65만4천667대가 판매된 핵심 차종으로, 기아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린 기념비적 모델로 꼽힌다. 신형 텔루라이드는 기존 자연흡기 가솔린 중심의 구성에서 벗어나 가솔린 2.5리터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주력으로 탑재했다. 이 시스템은 합산 최고출력 329마력을 발휘하며 최대토크는 339lb·ft, 약 46.9kgf·m 수준으로 설정됐다. 기아는 기존 가솔린 엔진 대비 배기량을 30% 이상 축소하면서도 최고출력은 13%, 최대토크는 29% 높였다고 설명했다.  

 

효율 측면에서도 수치 개선이 뚜렷하다. 기아 자체 기준으로 산출된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약 14.9km로 제시됐다. 기존 모델보다 연비 효율이 향상된 데 더해 600마일, 약 965km 수준으로 예상되는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대형 SUV를 장거리 패밀리카로 활용하는 북미 소비자들의 요구를 고려한 지표로 해석된다. 동력계 다변화를 보여주는 가솔린 2.5 터보 GDI 기본 모델은 기존 대비 최대토크가 18.7% 향상된 311lb·ft, 약 43kgf·m를 기록하며 최고출력 274마력을 발휘하도록 세팅됐다. 출력을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실사용 영역에서 체감되는 가속 성능과 견인 능력을 동시에 겨냥한 구성으로 풀이된다.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은 텔루라이드가 북미에서 기아 브랜드에 대한 업계와 미디어, 소비자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모델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텔루라이드 인기가 급격히 상승한 흐름이 곧바로 브랜드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면서, 올 뉴 텔루라이드의 하이브리드 도입과 성능 개선이 향후 기아 북미 실적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번 LA 오토쇼에서 드러난 현대차와 기아의 행보는 대형 SUV와 오프로드 SUV, 그리고 고성능 전기 세단이라는 세 축을 통해 북미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크레이터 콘셉트를 통해 오프로드 감성을 강화하고, 아이오닉6N으로 고성능 전기차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올 뉴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로 효율과 친환경성을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북미 SUV 시장의 성장세와 전동화 전환이 맞물린 환경에서 두 브랜드의 선택이 중장기적인 제품 구조 조정과 수익성 개선을 겨냥한 포석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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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텔루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