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톱 100로 본 대중화…카카오, 전 세대 역량 실험 장 마련
인공지능을 특정 개발자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전 세대 공통 역량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가속하는 가운데, 카카오가 실제 생활과 업무 맥락 속에서 인공지능 활용 능력을 겨루는 대규모 실험 무대를 꾸렸다. 연령대와 직군을 가리지 않고 AI를 도구로 활용해 문제를 풀어보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논의되는 AI 기본사회 구상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현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를 인공지능의 기술 경쟁을 넘어, 데이터를 읽고 프롬프트를 설계해 문제를 정의하는 시민 역량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카카오임팩트와 브라이언임팩트는 22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인공지능 캠퍼스에서 AI 톱 100 경진대회 본선을 열었다고 23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카오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증강된 역량을 실험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예선은 지난달 18일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3000여 명이 지원해 정해진 시간 안에 제시된 과제를 AI 도구를 활용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경쟁했다. 지원자 스펙트럼은 테크 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자영업자, 소방관, 농부, 창업자, 변호사 등 비IT 직군까지 폭넓게 분포했다. 연령대도 2010년생 15세부터 1958년생 67세까지 전 세대를 포괄해, AI 활용이 특정 연령대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예선을 통과해 본선 무대에 선 참가자 100명 역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중년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구성이 다양했다. 특히 비개발자 비중이 절반을 넘긴 것으로 전해지며, 코드를 직접 작성하기보다 AI를 통해 정보 검색, 문서 작성, 업무 자동화 등 실질 과업을 수행하는 역량이 앞으로의 핵심 기술 문해력으로 떠오른다는 점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선에서는 일상과 업무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이 문제로 제시됐다. 참가자들은 각종 AI 툴과 생성형 모델을 활용해 해결책을 도출하는 과정을 평가받았다. 예를 들어, 방대한 자료만 남기고 인수인계 없이 퇴사한 전임자의 업무를 신속히 파악해 새로운 사업 방향과 기획 문서를 작성하는 시나리오가 과제로 등장했다. 단순 정답 찾기식 시험이 아니라 비정형 데이터를 정리하고, AI에게 적절한 질문과 지시를 설계해 업무 결과물을 뽑아내는 능력이 핵심 평가 요소로 작동했다.
대상은 대학생인 제태호 씨에게 돌아갔다. 제 씨는 기술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치고 싶다며, 이번 수상이 그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는 정부와 기업 주요 인사가 참석해 AI 활용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활용 능력이 미래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하며, 다양한 세대 참가자들이 보여준 역량과 도전 정신이 대한민국 AI 기본사회 구현에 실질적인 힘을 보태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AI 기본사회는 생활 전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기본 도구로 작동하는 환경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정부 디지털 전략과 맞물려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키워드로 언급돼 왔다.
카카오도 이번 대회를 그룹 차원의 AI 전략과 연결된 인재 실험 무대로 규정했다. 금상을 시상한 카카오 정신아 대표는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기존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학습을 다시 설계하는 언러닝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AI를 도구 삼아 잠재력의 최대치를 시험한 참가자들의 도전에서 기술보다 위대한 사람의 힘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규모 언어모델과 생성형 AI를 일선 조직과 사용자에게 확산하는 과정에서, 내부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그룹 내부 기조와도 맞닿은 메시지로 해석된다.
대회를 주관한 카카오임팩트 역시 AI 활용 역량을 사회적 가치와 연결하는 방향성을 부각했다. 류석영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은 AI 톱 100 행사가 인간이 AI와 함께 얼마나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본 치열한 축제의 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술이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기술이 바꿔 나갈 새 시대에 맞는 소셜 임팩트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회가 AI 기술력 자체를 겨루는 개발자 경진대회와 달리, 실제 사용자와 시민이 AI와 협업해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기획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생성형 AI가 문서 작성, 기획, 데이터 요약, 번역, 코드 생성 등에 폭넓게 쓰이는 상황에서, 프롬프트 설계 능력과 결과물 검증 역량이 직군을 막론하고 공통 요구 역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기본사회 구상과도 연결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교육, 공공, 산업 전반에서 AI 활용 문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인구 집단별 실질 역량을 측정하고, 문제 해결형 과제를 중심으로 교육과 훈련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10대에서 60대까지 연령 구간별 AI 실사용 능력을 한 자리에서 확인한 드문 사례로, 향후 국가 차원의 AI 교육 정책과 커리큘럼 설계에도 참조 지표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형 플랫폼 기업 중심의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기술 격차를 완화할지, 오히려 플랫폼 의존도를 높여 구조적 격차를 키울지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학습 데이터 접근성, 알고리즘 투명성, 디지털 소외 계층 문제 등 제도적 과제가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 톱 100이 연령과 직군의 장벽을 낮춰, AI를 실무와 일상 문제 해결 수단으로 활용하는 실험 무대를 제공했다는 점에는 업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산업계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AI 활용 역량이 특정 기업과 전문가 집단을 넘어 전 사회로 확산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국내 AI 경쟁력의 토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