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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AI 병상모니터 씽크 도입…대웅제약, 남양주 스마트병동으로 확산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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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기술이 지역병원의 병동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 대형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도입되던 스마트병동 솔루션이 지방 거점의 중형병원으로 확산하면서 의료 인력 부족과 고령화에 따른 중증환자 관리 수요를 동시에 겨냥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디지털 헬스케어가 실제 임상 현장에 뿌리내리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20일 남양주한양병원이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병동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를 도입하고 지역 첫 스마트병동을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적용 범위는 감염병 중환자실과 중증환자 전담병동을 포함한 총 120병상 규모다. 병원은 중환자와 중증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환자 안전성과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미래형 병원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씽크는 의료AI 기업 씨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입원환자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무선 네트워크 장비와 인공지능 기반 웨어러블 진단기기를 결합해 병상 단위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환자가 착용한 웨어러블 바이오센서에서 심박수, 호흡수, 체온 등 주요 생체신호를 24시간 연속 측정하고, AI 알고리즘이 패턴 변화를 분석해 이상 징후가 감지될 경우 즉시 의료진에게 알림을 전송하는 구조다.

 

기존 병동 관리 방식은 간호 인력이 일정 시간 간격으로 병실을 순회하며 혈압, 맥박, 체온을 측정하고 전자의무기록 차트에 수기로 입력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이 경우 측정 시점 사이에 발생하는 급격한 상태 변화는 포착이 어렵고, 야간이나 인력 공백 시간대에는 대응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고령 중증환자나 감염병 중환자처럼 상태가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경우 이 공백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병원 현장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번에 도입된 씽크 시스템은 이러한 시간적 공백을 줄여준다. 생체신호를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추세가 나타나면 조기 경보를 띄우는 방식으로, 악화 조짐을 빠르게 포착해 중환자실 전원, 추가 검사, 투약 조정 등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병상 수 대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고위험 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준다.

 

남양주한양병원은 씽크 도입을 통해 대학병원에 준하는 중환자 관리 환경을 구축하고, 남양주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중증환자 수용 능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는 대형 상급종합병원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이 소요돼, 위기 상황 발생 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병원 측은 AI 기반 모니터링으로 조기 대응 체계를 갖추면 환자 이송 전 단계부터 안전망이 촘촘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작년 3월 씽크의 국내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병원 현장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제약 중심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의 일환으로 병원 대상 스마트병동 솔루션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씨어스테크놀로지는 AI 알고리즘 고도화와 바이오센서 성능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웨어러블 기반 입원환자 모니터링과 스마트병동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병원에서는 AI가 병실별 위험 점수를 실시간 산출해 간호 인력 배치와 병상 운영 전략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방·중소병원까지 확산된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이번 남양주한양병원 도입이 지역 민간병원의 벤치마크 사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규제 측면에서는 씽크와 같은 시스템이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분류되는 만큼, 환자 안전성과 데이터 보안 기준 충족 여부가 확산의 관건으로 꼽힌다. 생체신호가 실시간으로 서버에 전송되고 AI가 분석하는 구조인 만큼, 네트워크 장애나 사이버 보안 리스크에 대비한 이중화 설계와 암호화 기술 적용이 필수라는 지적도 병원 IT 업계에서 제기된다.

 

조병하 대웅제약 디지털헬스케어사업부장은 이번 남양주한양병원 도입을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선도하는 현장 사례로 평가하며, 선도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미래형 의료 환경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AI 기반 스마트병동 기술이 지역 거점병원은 물론 요양병원, 재활병원 등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 그리고 실제로 의료 인력 부족과 중증환자 관리 난제를 완화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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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남양주한양병원#씽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