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주민은 국민이냐" 공방…김호철 감사원장 청문회, 색깔론 대치 속 파행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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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충돌 지점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다시 격돌했다. 김호철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북관과 이념 논쟁이 부상하며 국회가 거센 정쟁의 장으로 변했다. 자료 제출 공방까지 겹치며 청문회는 하루 내내 파행과 재개를 반복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김호철 감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대북관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이력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감사원장 자질 검증 자리에서 북한 인권, 천안함 폭침, 이념 논쟁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청문회는 시작부터 고성이 오가는 진통을 겪었다.

국민의힘은 김호철 후보자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점을 집중 거론하며 대북 인식과 안보관을 캐물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질의에서 김 후보자에게 북한 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지위, 천안함 폭침 주체를 연이어 질문했다. 그는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이냐",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냐",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호철 후보자는 "저로서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주민 관련 질문에는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다만 그는 "우리 영토 안에 들어와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우리 국민"이라고 밝히며 탈북민의 지위에 대해선 명확히 했다.

 

이에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이탈해야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답변 하나만으로 감사원장 후보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곽 의원은 김 후보자의 답변이 헌법상 영토 개념과 국민 개념을 축소하는 인식이라고 몰아붙이며 철회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대북관을 과도하게 물고 늘어지며 색깔론 공세를 펴고 있다고 맞섰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국민의힘 질의를 겨냥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북한 도발을 유인해 전쟁을 일으키고 그걸 빌미로 계엄을 확대하려던 음모를 가졌었고, 그런 윤 전 대통령을 다시 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색깔론을 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당 김기표 의원도 "감사원장이 평양 가서 감사할 일 있냐. 그걸 갑자기 왜 물어보느냐"며 "고릿적 색깔론을 꺼내 '어렵지? 대답해봐' 하는 식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검증해야 할 청문회가 이념 낙인 논쟁으로 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는 자료 제출을 둘러싼 공방으로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오전 10시 개의 직후 "최재해 전 원장은 국회에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탄핵이 의결됐다. 누가 하면 로맨스이고 누가 하면 불륜이냐"고 발언하며 김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김 후보자의 주식 취득·처분 내역과 정치후원금 내역 등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곽규택 의원은 "자료가 올 때까지 정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료 제출이 미비한 상태에서 본질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청문회가 야당의 고의적인 발목잡기로 진행이 안 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국민의힘에서 '신상털기식 저인망식' 자료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같은 당 백승아 의원도 "자료 제출을 핑계로 파행을 유도하는 것이냐"고 맞서며 여야는 개의 후 40분 넘게 의사진행 발언만 주고받았다.

 

정점식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의 중재로 청문회는 가까스로 본질의에 들어갔지만 신경전은 계속됐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이력을 문제 삼으며 정치적 편향 여부를 추궁했다. 곽규택 의원은 "민변은 공변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 '공직 진출을 위한 변호사 모임'으로 변질됐다"며 "국가기관, 국회, 사법부, 행정부, 감사원까지 호화로운 요직에 민변 출신이 포진해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력을 낙인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론을 폈다. 김남희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변 회원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언급하며 "변호사는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하는 직역이다 보니 당연히 사회 정의 문제에 관심 있는 변호사들이 민변에 가입한다"고 말했다. 송기헌 의원도 "진보 정부에 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어떤 지향점을 공유하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또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유병호 감사원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감사원 조직 운영 문제를 부각했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유 감사위원이 감사원 내 비공식 조직이라는 '타이거'를 이끌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유병호 체제에 부역해 승진과 핵심 보직 배치를 받은 이른바 타이거 인사 전반에 대해 전수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남희 의원도 감사원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가 지난달 발표한 내용을 거론했다. 그는 유 전 사무총장 재직 당시 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 감사 과정에서 위법 사례가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이런 사람이 계속 업무를 수행한다면 국민이 감사원을 신뢰하겠느냐"고 말했다. 여당은 감사원 인사를 둘러싼 논란을 집중 제기하며 김 후보자에게 조직 쇄신 의지를 촉구했다.

 

오전 본질의를 마친 청문회는 오후 2시 40분께 속개됐지만, 자료 제출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국민의힘 지적이 이어지면서 20분 만인 오후 3시에 다시 정회됐다. 정회 이후 약 1시간 30분이 흐른 뒤 김호철 후보자 측이 추가 자료를 제출하면서 청문회가 재개됐다.

 

재개된 회의에서도 자료 진위 공방은 계속됐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감사원장은 공직사회 전반의 허위 보고, 자료 은폐, 사실 왜곡을 가장 엄정하게 지적해야 할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후보자가 허위 또는 불완전한 답변을 제출하고도 향후 감사원이 공직자들에게 요구하는 진실성과 투명성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며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성실성을 문제 삼았다.

 

여야의 공방 속에서 청문회는 장시간 이어졌고, 개의 12시간 만인 오후 10시 10분께 종료됐다. 감사원장 후보자의 안보관과 정치적 중립성, 자료 제출 성실성이 얽히며 인사 검증이 정쟁의 한복판으로 들어간 모습이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30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김호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감사원장직은 헌법상 대통령이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돼 있다. 특위에서 경과보고서가 채택되면 같은 날 오후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 동의 여부를 표결에 부치게 된다. 정치권은 표결 과정에서 대북관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력, 감사원 개혁 방향을 둘러싼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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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