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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 강화? 오히려 경쟁 촉진”…GENIUS 법안, 디지털 화폐 다극화 신호
국제

“달러 패권 강화? 오히려 경쟁 촉진”…GENIUS 법안, 디지털 화폐 다극화 신호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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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9월 10일, 미국(USA) 워싱턴에서 발의된 GENIUS 법안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제에 명확성을 부여하며 달러 우위 체제를 유지할 제도적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오히려 각국의 통화 디지털화와 글로벌 결제 질서의 다극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복수의 외신과 국제 금융계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주도의 시대가 예상과 달리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GENIUS 법안은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운영에 필요한 준비금 요건, 감독 체계, 규제 준수 의무 등을 세부적으로 명시했다. 주요 발행사인 서클(Circle) 등은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규제 리스크 감소로 사업 확장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코인데스크(CoinDesk)는 “미국의 규제 프레임워크가 각국에 디지털 통화 설계 청사진을 제공해 오히려 달러 패권의 우회 경로를 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일본(Japan)의 JPYC, 홍콩(HongKong)의 디지털 화폐 프로젝트, 중남미와 아시아 각국은 미국식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빠르게 도입하며 자국 통화 기반 모델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달러 패권 흔드는 GENIUS 법안의 역설
미국 달러 패권 흔드는 GENIUS 법안의 역설

이 과정에서 부상한 구조적 이슈는 ‘달러 우회 비용’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일하는 브라질(Brazil) 노동자가 고국으로 송금할 때, 엔화에서 달러, 다시 브라질 헤알화로 반복 환전하는 복잡한 구조는 3~6%에 이르는 환전 비용과 지연을 낳는다. 이 비효율성은 비달러 경제권 간 결제에서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각국이 독자적 현지 통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고민하는 동기가 된다.

 

실제 일본 디지털청은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공식화했으며, 홍콩 금융당국 역시 같은 틀의 규제를 도입 중이다. 브라질, 멕시코(Mexico) 등 신흥국들도 자국 통화 기반의 디지털 결제 수단을 추진해 다자간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의 달러 활용도를 낮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래머블 결제가 확대될 경우, 외환 비용이 0.1% 미만으로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본다.

 

GENIUS 법안이 초래한 규제 조화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운영사들에게 국경 간 사업 확대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각국의 현지 통화 스테이블코인 출현은 결제 시장에서 달러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유럽의 MiCA 규제에 따라 유로화 스테이블코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아시아 주요국과 중남미 역시 현지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본격 가동 중이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블룸버그(Bloomberg) 등 주요 매체는 “GENIUS 법안이 디지털 화폐 국제 규범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내놓았으나, 코인데스크는 “미국이 디지털 달러의 왕좌를 지킨 것이 아니라 각국의 통화 디지털화를 정당화한 것”이라 지적했다. 실제로, 기관 투자나 디파이(DeFi) 시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강세를 보이나, 일상 결제 및 소매 송금에서는 현지 스테이블코인의 실용성이 오히려 부각되는 현상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메일 프로토콜이 특정 기업이 아닌 상호운용 표준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확산된 것처럼, 글로벌 결제도 여러 통화‧여러 스테이블코인 체계의 공존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앞으로 달러·유로·엔화·원화 등 주요 통화의 스테이블코인이 프로그램 기반 결제 시스템에서 상호 연결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같은 변화는 결국 달러 패권 약화라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또한 기존의 우위에 머무르지 않고 안정적 기술·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GENIUS 법안이 세계 금융 질서에 남길 구조적 변화와 달러 패권의 미래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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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ius법안#스테이블코인#달러패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