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해야”…미 에너지장관, 대러 제재 압박 강화 촉구
현지시각 8일, 영국에서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를 통해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길 원한다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공개 촉구했다. 라이트 장관의 발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속되는 서방의 대러 제재 기조와 유럽 내 에너지 안보 논쟁이 맞물린 시점에 나와 주목된다.
이번 인터뷰에서 라이트 장관은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에서 완전히 결별할 경우 장기적으로 유럽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등 동맹국으로부터 안정적인 에너지 조달이 가능하다”며, EU 회원국들이 7월 합의한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약속도 성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에너지 의존도를 대폭 줄였으나, 완전 중단은 이루지 못했다. 기후 관련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EU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2022년 40%에서 2024년 14%로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그 비중은 다시 18% 증가했다. 주된 원인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선적 증가로 분석된다.
EU 집행위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단계적 중단한다는 ‘리파워 EU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실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라이트 장관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메탄 규제 등 강도 높은 기후정책이 미-EU 무역협정을 위협한다면서 최근 유럽 내 환경규제 강화가 에너지 안보와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EU 내부에서도 러시아산 에너지 완전 차단을 놓고 입장차가 여전하다. 워싱턴포스트, FT 등 주요 외신들은 유럽 내 ‘에너지 안보와 녹색전환’ 사이에서 회원국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는 앞으로의 대러 제재 수위,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정책 변화 등이 증시, 원자재 시장, 환율 등 글로벌 금융환경에 영향을 줄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차별화된 에너지 정책 역시 향후 유럽과 미국 관계의 변수로 주목하며, 에너지·기후 안보 논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국제사회는 이번 미국 에너지장관의 공개 발언과 앞으로의 유럽 에너지 정책 변화 가능성, 그리고 실제 추가 제재 시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