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진단AI 북미 첫선…노을, CES 2026서 글로벌 공략
인공지능 기반 암 진단 기술이 북미 의료 시장 공략의 시험대에 오른다. AI 혈액 및 암 진단 솔루션을 개발해 온 노을이 자궁경부암 진단 플랫폼을 북미에서 처음 공개하며, 디지털 병리 시장 주도권 경쟁에 가세한다.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 시 완치율이 높지만 숙련된 인력과 장비 의존도가 큰 영역이어서, 자동화와 AI 판독을 결합한 플랫폼의 산업적 파급력이 주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CES 2026 출품이 노을의 글로벌 진단 플랫폼 사업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을은 12월 10일 내년 1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 참가해 AI 기반 자궁경부암 진단 솔루션 마이랩 CER을 북미 시장에 처음 선보인다고 밝혔다. 전시 부스에서는 글로벌 의료기관, 장비 딜러, 투자자 등을 상대로 제품 시연과 파트너십 논의를 병행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번 참가를 북미와 중 남미 사업 개발 가속화를 위한 전략적 계기로 규정했다.

마이랩 CER은 자궁경부세포 슬라이드 준비부터 진단 리포트 생성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소형 자궁경부암 진단 플랫폼이다. 전통적으로 사람 손에 의존하던 약 25단계의 세포 염색 공정을 장비 내부에서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수행하고, 이후 광학 이미징 모듈이 슬라이드를 촬영한다. 확보된 이미지는 내장 AI가 전처리와 세포 분류, 이상 세포 탐지, 의심 병변 스코어링을 거쳐 판독 보조 결과로 변환한다. 결과는 디지털 리포트 형태로 제공돼, 병리 전문의가 단시간에 검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이번 솔루션은 기존 자궁경부암 선별검사에서 반복 제기된 인력 의존성과 판독 편차 문제를 줄이려는 시도가 포함됐다. 숙련 인력이 부족한 의료기관에서는 복잡한 염색 과정에서 품질 변동이 잦고, 슬라이드 판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마이랩 CER은 염색과 이미지 품질을 장비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하고, AI가 대량 슬라이드를 사전 스크리닝해 판독 후보를 추려내는 구조로 설계돼, 검사 회전율과 일관성을 높일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점에서 마이랩 CER은 현장형 진단 장비 포지셔닝을 내세운다. 고가 장비와 대형 병원 인프라에 의존하는 전통 병리 시스템과 달리, 상대적으로 소형화된 플랫폼을 통해 1, 2차 의료기관이나 저소득국 의료 현장에 직접 배치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노을은 선진국에서는 디지털 병리 시스템과 연계된 대량 스크리닝용, 중 남미와 저소득국에서는 자궁경부암 1차 선별검사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예방접종과 정기 검진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 남미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에서는 검진 인프라 부족으로 여전히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자궁경부암 퇴치를 위해 2030년까지 국가 단위 선별검사 확대를 제시한 바 있는데, 현장 진단형 AI 솔루션은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지역에서 검진률을 끌어올릴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랩 CER이 이러한 국제 보건 이니셔티브와 접점을 만들 경우,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공공 조달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병리 AI와 디지털 슬라이드 스캐너를 결합한 제품들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병리 슬라이드 디지털화와 원격 판독 솔루션을 중심으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다만 상당수 솔루션이 대형 병원과 중앙검사실을 대상으로 설계돼, 소형 일체형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마이랩 CER과 타깃 시장이 엇갈리는 측면이 있다. 노을은 실험실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병원과 국가를 주력 시장으로 삼아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각국 인허가 전략이 관건이다. 자궁경부암 AI 진단 솔루션이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인증과 장비 하드웨어 허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북미 시장에서는 식품의약국 수준의 임상 검증과 데이터 품질 관리 기준이 요구돼, 알고리즘 성능과 학습 데이터 구성의 투명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저소득국 시장에서는 규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장비 유지보수와 전력 인프라, 사용자 교육 등 운영상의 제약 요인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변수로 꼽힌다.
임찬양 노을 대표는 CES 출품의 의미를 북미와 중 남미 의료 시장 진입 가속화의 기회로 설명했다. 그는 자궁경부암 검사 인프라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현장형 AI 진단 플랫폼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트렌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노을이 CES 2026에서 확보할 파트너십과 레퍼런스가 향후 임상 데이터 축적과 인허가, 보험 수가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는 노을의 마이랩 CER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느 수준의 정확도와 경제성을 입증할지 지켜보고 있다. 디지털 병리와 AI 진단이 표준 진단 체계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기술 성능뿐 아니라 인력 재교육, 진료 프로세스 개편, 규제와 윤리 가이드라인 정비가 맞물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과 규제, 시장 수요의 균형이 자궁경부암 AI 진단 산업의 다음 단계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