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락의 항아리와 미륵사지의 고요함”…익산에서 만나는 백제와 자연의 오늘
잔잔한 흐린 하늘 아래, 익산에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자연의 표정과 오랜 역사 이야기가 겹겹이 쌓인다. 예전엔 그저 백제의 옛 도읍쯤으로 기억되던 도시지만, 지금은 숨은 매력과 여유를 찾으려 방문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소박한 정원과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옛 문명이 남긴 거대한 흔적까지, 도시 곳곳마다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최근 SNS를 보면 익산 고스락의 사진들이 종종 눈에 띈다. 3만 평 넓은 대지 위에 줄지어 세워진 5천여 개의 항아리는 이색적인 풍경 그 자체다. 이곳에선 유기농 재료로 전통 장을 발효, 숙성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정원이 보이는 카페에선 솔잎 효소차, 모과 효소차, 그리고 장 제품을 직접 맛보는 여유가 기다린다. 방문객들은 “잔잔한 클래식 선율 속에서 마시는 한 잔의 차가, 마음을 느긋하게 아름답게 해준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문화재청이나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익산 지역의 유적 탐방객 수와 전통 체험 방문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미륵사지 역시 그 중심에 있다. 백제 시대 최대 사찰터인 미륵사지에서는 묵직한 석탑과 유적들이 옛날을 고요히 말해 주지만, 이제 이곳은 가족과 연인, 혹은 혼자만의 산책 코스로 인기가 높다. 따스한 바람과 광활한 터, 그리고 백제의 속삭임이 교차하는 이 길목에서는 “눈을 감고 서 있어도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다”는 체험 후기가 많았다.
보석 같은 순간은 또 있다. 국내 유일의 보석 전문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익산보석박물관은 11만 점의 원석과 보석, 그리고 다양한 테마의 전시로 예상치 못한 감탄을 자아낸다. 상설 전시실 곳곳에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이 아름다움이 실제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잠시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한 호기심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도시 여행의 새로운 취향, ‘감각으로 걷는 일상’이라고 해석한다. 발효 장맛, 고요한 유적, 반짝이는 보석 등 다양한 감각의 조각들이 익산이라는 공간에서 교차한다. 심리학자 장현진 씨는 “자연과 전통, 그리고 색다른 체험이 뒤섞인 공간에서 현대인은 새로운 휴식을 발견한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백제의 도시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옛날과 오늘을 동시에 느꼈다”, “익산에 이런 매력이 있는지 몰랐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평범한 여행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풍경과 맛, 그리고 사색의 시간이 현대인의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어 주고 있다.
익산에서의 하루는 사소한 선택들을 조금 더 여유롭고 아름답게 만든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