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아래, 땀 맺힌 여름”…안동의 숨결 속으로 스며든 나날
요즘 안동을 걷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극성스러운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군가는 목책교 위를 천천히 걷고, 또 누군가는 조용한 서원 숲길에서 오래된 흔적을 들여다본다. 예전에는 ‘옛것의 도시’로만 여겨졌던 안동이지만, 지금은 더위 속에서도 고요한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이들의 일상이 되고 있다.
34도를 웃도는 온기와 느릿한 강바람, 공존하는 두 감각은 이 도시만의 풍경을 만든다. 월영교는 밤이면 불빛이 퍼지며 강 위에 또 다른 세상을 비춘다. 다리 위를 걷는 동안 옷깃을 스치는 바람이 잠시나마 무더위를 데려 간다. 그 위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은 “더위 뒤에 오는 한참의 평온이 달콤하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 트렌드는 일상 가까이에서 새로운 감각을 찾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통계청은 최근 1년 새 국내 소도시 여행이 15%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안동에서는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넓은 세대가 찾고 있다. 유교랜드 같은 테마파크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이어진다. “아이들과도 전통문화를 쉬운 언어로 만날 수 있어 좋다”는 부모들의 반응이 많았다.
관광 해설사 정미영씨는 “이곳의 매력은 체험과 사색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데 있다”며 “한여름 더위에서도 나무 아래 잠깐 앉아 있으면 오히려 여유로움이 찾아오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도산서원을 찾은 여행자는 “고즈넉한 정자와 숲길을 걷는 동안, 나도 모르게 잠시 옛 선비의 하루를 상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안동만의 정적이 힐링을 준다”, “더운 걸 알면서도 당기는 도시다”라는 공감이 이어진다.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서원 앞 숲길은 꼭 직접 걸어봐야 안다”, “아이와 함께 전통문화 교육에 딱”이라는 조언이 오간다. 자연을 배경으로, 혹은 유구한 인문 흔적 사이에서 각자의 온도를 찾는 모습이다.
안동의 여름 풍경은 단지 무더위와 강바람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사소한 나무 그늘, 지나는 최치원의 시, 아이들 웃음 위에 겹쳐진 옛 선비의 하루까지. 그만큼 삶이 머무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의 안동, 뜨거운 땀방울과 더불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 삶의 방향도 조금씩 바뀌는 중이다. 이 작은 여행의 기억은, 언젠가 더 복잡해질 일상에 쉼표가 돼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