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김대중대학교 제안했다"…전남 국회의원 10명, 목포대·순천대 통합 교명 논란 확산
국립대 통합 교명을 둘러싼 논쟁과 전남 정치권의 전략이 맞붙었다.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 통합이 제도권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특정 인물 이름을冠으로 한 교명 제안을 내놓으면서 학내외 논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전남 지역 국회의원 10명은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 교명으로 국립 김대중대학교를 제안했다. 이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국립 김대중대학교는 전남의 자부심, 대한민국의 품격, 미래 세대를 위한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남의 역사적 정체성, 대학의 국제적 경쟁력, 순천과 목포를 비롯한 전남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의 의미를 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개입 논란을 의식한 듯, 의원들은 선을 그었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공모, 심사, 투표, 교육부 확정이라는 공식 절차 속에서 충분히 검토되기를 바라는 공적 의견의 제시"라며 "어떤 압력이나 개입도 없이 양 대학 구성원들의 판단과 교육부 심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교명 결정 권한이 통합추진위와 교육부에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국립 김대중대학교 제안이 학부모와 수험생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별개로, 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이 국립대 교명에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국립대학교 가운데 특정 인물 이름을 교명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아직 없다. 이 때문에 국립 김대중대학교가 채택될 경우 상징성과 함께 정치적 논란이 동시에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 통합공동추진위원회는 이미 국민 공모를 진행했다. 통합추진위는 공모 결과 국립 남도대학교를 최고작으로 선정했다. 향후 통합추진위는 후보군을 압축한 뒤 대학 구성원 투표와 자체 심의를 거쳐 교명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교육부 확정 절차도 남아 있다.
국립 김대중대학교는 목포대 학내 공모에서도 상위 안으로 등장했다. 의원들에 따르면 목포대 내부 공모에서 국립 전라대학교가 대상을 차지했고, 국립 김대중대학교는 그 다음인 최우수작으로 꼽혔다. 정치권이 내부 논의 결과를 근거로 명칭 제안에 나선 구도다.
전남 국회의원들은 두 대학 통합 절차에 대해서는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들은 "정부와 대학 구성원, 지역 사회가 공통의 목표를 향해 단계적으로 합의를 넓혀가고 있어 두 대학의 통합은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통합 방식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의원들은 "교육부가 두 대학이 지속해서 요청한 연합형 통합, 느슨한 통합 방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적으로는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하되 실제 운영에서는 일정 수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는 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또한 의원들은 "교육부는 대학본부가 설치된 캠퍼스에는 통합 총장, 설치되지 않은 캠퍼스에는 캠퍼스 총장을 두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캠퍼스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할지, 임명제로 둘지를 둘러싼 논의가 남아 있지만, 이는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전망했다.
전남 지역 정계와 교육계는 향후 통합추진위의 교명 후보 압축 과정과 대학 구성원 투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부가 통합 방식과 교명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지역 여론과 정치권 제안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지가 향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회와 정부는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교명 선정 과정에서 추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