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당심이 곧 민심"…나경원, 경선룰 논란에 "내 경선은 50대50 하겠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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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룰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나경원 의원이 맞붙었다. 국민의힘이 내년 6월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기로 하자, 이해충돌 논란과 함께 중도층 이탈 우려가 제기되며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경원 의원은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글을 통해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당심과 민심은 결코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당내 일각에서 당원 비중 강화가 민심과 괴리를 키우고, 특정 인사에게 유리한 경선룰이라는 비판을 제기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나경원 의원은 "당원의 마음은 우리 당이 우선으로 경청해야 할 민심이다. 더는 민심이라는 말로 당원을 폄훼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당심을 별도의 이해집단이 아니라 민심의 핵심 구성 요소로 규정하며, 당원 비중 확대가 곧 민심 왜곡이라는 주장에 선을 그은 셈이다.

 

그는 또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바람 따라 흔들리는 선택이 아니라 뿌리를 단단히 다시 세우는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 않고는 이재명 민주당의 폭정 광풍으로부터 국민과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수 없다"고 언급해, 경선룰 변경을 야당 견제와 정권 방어 전략의 연장선으로 위치 지었다.

 

조직력 논란에도 반박이 이어졌다. 나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조직 기반이 약한 만큼 당의 조직력을 국민 속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원 중심의 조직을 먼저 강화한 뒤, 이를 토대로 외연을 넓혀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도층을 우선 겨냥해 일반국민 참여 비중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과는 방향이 다르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을 향한 비판도 덧붙였다. 나 의원은 "외연 확장을 외치는 지자체장들은 대체로 우리 당 지지율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며 "당선의 기반이 됐던 당원들에게도 외면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지지율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인사들이 외연 확장을 앞세워 당원 패싱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경선룰을 둘러싼 이해충돌 공세에 대해서도 직접 반박했다. 일각에서 나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도전을念두에 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경선룰을 밀어붙인다는 지적을 제기하자, 그는 "일각에서는 기획단의 경선룰 건의에 대해 '선수가 심판 역할 하느냐'며 취지와 뜻을 왜곡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출마를 결심하면 내가 참여하는 경선에는 기존 룰대로 50대 50 적용을 받을 것을 당당히 밝힌다"고 못 박았다. 스스로를 경선룰 논란의 이해당사자에서 분리해 기획단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당내 비판 세력은 당원 비중 70% 상향이 중도층과 무당층에 대한 호소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과 광역 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넓게 반영하려면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나 의원이 주도한 기획단 측은 당 조직을 기반으로 한 선거 준비가 먼저라며, 당원 결집을 통한 안정적 후보 선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선룰 변경을 둘러싼 양측의 인식 차이는 향후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재차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가 총선과 대선을 잇는 정치 일정의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만큼, 당내 세력 구도와 지도부 책임론과도 맞물린 논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향후 최고위원회의와 추가 논의를 거쳐 지방선거 경선 세부 룰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나경원 의원이 선제적으로 경선룰 논란에 선을 긋고 나선 만큼, 당 지도부와 반발 의원들 간 물밑 조율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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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국민의힘#지방선거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