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A 지속형 치료제 알투비오 허가…치료 접근성 확대 주목
유전자재조합 혈액응고인자 기술이 희귀혈액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주 1회 투여만으로 출혈을 장기 예방하는 지속형 제제가 도입되면서 환자의 생활 패턴과 치료 전략이 동시에 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를 활용해 허가를 결정한 점에서, 희귀질환 분야 규제 환경 변화도 주목된다. 업계는 이번 승인을 국내 혈우병 A 치료제 경쟁의 분기점으로 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수입 희귀의약품 알투비오주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알투비오주는 성분명 에파네스옥토코그알파를 함유한 유전자재조합 혈액응고 8인자 제제로, 성인과 소아 선천성 혈우병 A 환자의 출혈 예방 및 관리를 적응증으로 한다. 기존 표준요법이 주 2회 이상 정맥주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던 것과 달리, 알투비오주는 반감기를 연장해 주 1회 투여로 예방요법을 가능하게 한 지속형 치료제라는 점이 핵심이다.

혈우병 A는 혈액응고를 담당하는 8번 응고인자가 선천적으로 부족하거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하는 희귀혈액질환이다. 작은 외상에도 지혈이 잘 되지 않아 생명을 위협하는 심부출혈이 나타날 수 있고, 반복되는 연조직 및 관절 내 출혈로 만성 관절질환과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환자들은 평생에 걸쳐 정기적인 응고인자 보충요법을 받아야 하며, 투여 간격과 주사 횟수는 삶의 질과 직결된다.
알투비오주는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인체 유래가 아닌 세포 배양 시스템에서 생산된 8인자 단백질을 사용한다. 여기에 반감기 연장 기술을 적용해 체내에서 응고인자가 분해되기까지의 시간을 기존 제제보다 늘렸다. 반감기가 길어지면 혈중 응고인자 농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돼, 같은 기간 동안 필요한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이번 제제는 주 1회 정기 투여만으로 예방 효과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환자의 치료 순응도 개선이 기대된다.
기존 혈우병 A 치료는 표준형 8인자 제제를 이용해 주 2회에서 3회 정도 정맥 투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반감기를 늘린 지속형 제제가 등장해 주 1회 또는 10일 전후 간격으로 투여 주기를 넓히는 추세다. 알투비오주는 이러한 지속형 계열에 속하면서도, 적응증을 성인과 소아 전 연령으로 포괄하고 있어 국내 치료 옵션을 넓혀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소아 환자의 경우 반복적인 혈관 천자에 따른 신체적 부담과 심리적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주사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제제에 대한 수요가 높다.
식약처는 알투비오주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인 GIFT 대상으로 지정해 심사 기간을 단축했다. GIFT 제도는 생존을 위협하거나 치료 방법이 제한적인 중대한 질환에 대해 임상적 유용성이 기대되는 혁신 의약품을 선정해, 전담 심사팀 운영과 사전 상담 확대 등으로 허가 절차를 가속하는 방식이다. 식약처는 알투비오주를 대상으로 이 제도를 적용해 신속한 심사와 허가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신속심사를 통한 희귀질환 치료제 허가는 글로벌 규제기관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희귀질환 약제에 대해 우선심사, 혁신의약품 지정, 가속 승인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시장 진입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GIFT와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가 병행되면서, 혈우병과 같은 중증 희귀질환 분야에서 글로벌 동시 또는 근접 허가를 노리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환자 입장에서는 이번 허가로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맞춤형 예방요법 설계가 한층 세분화될 수 있다. 활동량이 많은 소아와 청소년, 직장생활을 하는 성인 환자의 경우 주 1회 정기 투여 스케줄에 맞춰 일상과 업무를 조정할 수 있어, 결석과 결근을 줄이고 활동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 역시 다양한 반감기와 용량 옵션을 조합해 환자별 출혈 패턴과 생활 양식에 맞춘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다만 혈우병 치료제는 고가 약제가 많고, 지속형 제제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 범위와 본인부담 수준이 실제 접근성을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알투비오주의 국내 가격과 급여 적용 범위, 처방 기준 등이 어떻게 설정되는지에 따라, 신속 허가의 효과가 현장 치료로 얼마만큼 이어질지가 갈릴 수 있다. 혈우병 분야에서는 이미 유전자재조합 8인자 제제와 반감기 연장 제제가 다수 도입된 상황이라, 실제 처방 경쟁 구도도 주목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성인 및 소아 선천성 혈우병 A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생존을 위협하거나 희귀질환 등 중대한 질환에 안전하고 효과 있는 치료제가 신속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알투비오주 허가가 국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과 도입 전략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