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RSV 겨냥 mRNA 백신도 합류"…모더나·글로벌, 성인·영유아 시장 재편

오태희 기자
입력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해 폐렴 등 중증 하기도 감염으로 악화할 수 있는 RSV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예방 시장에 제약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특히 mRNA 메신저리보핵산 플랫폼 기반 백신이 국내 첫 허가를 받으면서, 고령층과 영유아를 축으로 한 급성 호흡기감염증 대응 전략이 백신·항체 중심 예방 체계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이어 RSV까지 포함한 다중 호흡기 감염 관리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모더나코리아는 최근 RSV mRNA 백신 엠레스비아 프리필드시린지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다. RSV 예방을 위한 mRNA 플랫폼 백신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허가된 사례다. 투여 대상은 60세 이상 성인과 18세 이상 60세 미만 고위험군 성인으로, RSV 감염에 따른 하기도 질환 발생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상용화된 mRNA 기술이 계절성 호흡기 감염 영역으로 확장되는 구도다.

RSV는 비강 분비물과 비말 등을 통해 전파되는 호흡기 바이러스로, 감기와 유사한 초기 증상에서 시작해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 하기도 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와 함께 4급 법정 감염병으로 관리된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대부분 자연 회복되는 감염이지만, 60세 이상 고령층과 심장·폐 질환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에서는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높다. 통계상 60세 이상 성인의 중환자실 입원율과 입원 1년 내 사망률은 인플루엔자 감염 대비 30퍼센트 이상 높은 수준으로 보고된다.

 

질병 발생 패턴도 방역 당국과 의료계가 RSV를 전략적 관리 대상으로 보는 배경이다. RSV 감염은 연중 발생하지만, 특히 10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 유행기에 집중된다. 이 기간 감염자 한 명이 평균 약 3명을 감염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RSV에는 항바이러스제 등 표준화된 특이 치료제가 없어, 발열·기침 완화 등 대증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 회복에 맡길 수 없는 고위험군이 적지 않은 만큼, 백신·항체를 통한 선제적 예방이 임상 현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관리 수단이 된 상황이다.

 

이미 글로벌 빅파마들도 성인용 RSV 백신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한국GSK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허가된 세계 최초 RSV 백신 아렉스비를 지난 5월 국내 출시했다.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아렉스비 1회 접종 후 첫 RSV 유행 시즌의 예방 효과는 82.6퍼센트로 나타났다. 심혈관계·호흡기계 등 1개 이상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군에서는 예방 효과가 94.6퍼센트까지 높아졌다. 특히 단 1회 접종으로 세 번의 RSV 시즌에 걸쳐 유의미한 예방 효과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돼, 반복 접종 주기와 비용 부담 측면에서 차별화 포인트로 평가된다.

 

영유아 영역에서는 백신 대신 단일클론항체를 활용한 예방 전략이 앞섰다. 사노피가 개발한 RSV 예방 항체주사 베이포투스가 올해 2월 국내 출시돼 실제 접종이 진행 중이다. RSV는 생후 12개월 미만 신생아와 영아에서 폐렴·모세기관지염 등 하기도 감염의 주요 원인이며, 영유아 입원의 가장 빈번한 원인 질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베이포투스는 이 연령대에서 활용 가능한 유일한 RSV 예방 항체로,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에 결합해 세포 침투를 차단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임상시험에서는 최소 5개월 이상 예방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돼, 1회 접종으로 RSV 유행 시즌 전체를 커버하는 전략이 가능해졌다.

 

접종 대상도 세분화되고 있다. 베이포투스는 생후 첫 RSV 계절을 맞는 12개월 미만 신생아와 영아 전원에 우선 권고되며, 두 번째 RSV 계절에 진입하는 24개월 이하 소아 중 중증 RSV 질환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도 대상에 포함된다. 다수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을 비롯한 주요 병의원에서 접종이 가능해지면서, 영유아 입원 병상 부담을 줄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성인과 달리 영유아는 호흡기 구조가 좁고 면역 체계가 미성숙해 산소치료와 기계환기가 필요한 중증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실제 예방 효과에 따라 소아과 진료 체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한국화이자제약도 RSV 백신 아브리스보의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아브리스보는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60세 이상 성인과 임신부를 대상으로 RSV에 의한 하기도 질환 예방 용도로 승인된 백신이다. 특히 임신부 접종을 통해 태반을 건너가는 모체 항체를 형성하게 해 신생아 RSV 감염 위험을 낮추는 전략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동일한 적응증을 인정받을 경우, 성인·고령층은 물론 영유아를 간접 보호하는 임신부 예방 모델까지 한 시장 안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모더나 mRNA 백신 허가는 기술 패러다임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존 RSV 백신은 주로 단백질 재조합이나 비활성화 바이러스 플랫폼을 활용해 왔다. 반면 엠레스비아는 mRNA 기술을 적용해 바이러스의 특정 항원 단백질 설계 서열을 체내에 전달한 뒤, 인체 세포에서 항원을 직접 생산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생산 리드타임이 짧고, 변이 바이러스 출현 시 서열만 바꾸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코로나19 대응에서 검증된 플랫폼이 RSV를 포함한 다중 호흡기 감염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향후 하나의 주사에 여러 항원을 담는 다가 호흡기 백신 개발 경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는 고령화와 출산 연령 상승이 RSV 예방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계속 늘면서, 중환자실 입원과 장기 입원 부담이 정책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RSV로 입원한 환자는 8976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은 2032명이었다. 아직 계절성 인플루엔자만큼의 대규모 접종 프로그램은 구축돼 있지 않지만, 예방 효과와 비용 효율성이 입증될 경우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에 따라 시장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경쟁 구도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GSK와 화이자 백신이 잇달아 허가를 받았고, 모더나가 mRNA 플랫폼으로 추격하는 구도를 형성했다. 상대적으로 백신 도입이 늦었던 한국 시장에서는 세 회사 제품이 거의 같은 시기에 상륙하거나 허가를 추진하며 단기간에 경쟁 구도가 짜이는 모양새다. 반면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고령층 접종 정책과 비용 분담 구조를 두고 정부·의료계·제약사 간 협의가 길어지며 도입 속도가 더딘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는 장기 효과와 안전성 평가가 변수로 남아 있다. RSV 백신은 계절성 접종이 예상되는 만큼, 여러 시즌에 걸친 면역 지속 기간과 반복 접종 필요성, 추가 접종 간격 등이 실제 사용 데이터에 따라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임신부 예방 전략의 경우 태아와 신생아 안전성에 대한 규제 당국의 검토 기준이 엄격해, 국내 도입 시 다기관 임상과 해외 실사용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단계적 적응증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RSV를 인플루엔자, 코로나19와 함께 통합 관리하는 다중 호흡기 예방 프로그램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과 보건소 현장에서 한 시즌에 여러 차례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것은 인력과 예산 측면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의 접종 일정 안에서 세 가지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동시에 낮추는 통합 스케줄을 설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mRNA와 단백질 재조합, 항체주사 등 서로 다른 플랫폼을 어떻게 조합할지, 고령층·영유아·임신부 등 세부 집단별 전략을 어떻게 구분할지도 정책 설계의 과제가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RSV는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에서 입원과 중증 합병증,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이라며, 아직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만큼 예방 중심의 백신·항체 포트폴리오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RSV 백신과 항체주사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표준 예방 수단으로 자리 잡을지, 그리고 건강보험과 공공 접종 프로그램이라는 제도적 울타리 안으로 편입될 수 있을지를 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rsv#모더나코리아#베이포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