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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코 모델 떠오른다 디앤디파마텍 화이자 비만 파이프라인 합류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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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이 특정 기술을 중심으로 별도 회사를 설계해 신약을 상용화하는 뉴코 모델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투자 전략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처럼 바이오벤처가 직접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추진하는 대신, VC가 앞단에서 구조를 짜고 자본과 경영진을 투입해 성장시킨 뒤 대형 제약사 인수나 상장으로 엑시트를 노리는 방식이다. 투자 혹한기 속에서 연구 역량은 있지만 자금력이 약한 바이오텍에 새로운 우회로를 제공하면서, K바이오 역시 이 구조를 활용한 글로벌 진입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디앤디파마텍 홍성훈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는 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5 제약바이오투자대전에서 자사가 경험한 뉴코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은 흐름을 짚었다. 그는 최근 뉴코와의 협업 성공 사례가 늘면서 기술 이전 상대방의 새로운 형태로 부각되고 있다며 디앤디파마텍과 미국 멧세라 간 협력 모델이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디앤디파마텍은 GLP 1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비만과 대사이상 지방간염 MASH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텍이다. 2023년 미국 비만치료제 개발사 멧세라에 경구용 GLP 1 치료제 DD02S를 기술 이전했고, 멧세라는 DD02S를 포함한 6개 신약 후보를 핵심 자산으로 삼아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왔다. 이후 멧세라가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에 인수되면서, 디앤디파마텍이 개발한 물질이 화이자 비만 파이프라인의 한 축으로 편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홍 부사장은 멧세라가 설립 3년 만에 기업가치 100억달러 수준의 엑시트에 성공한 전략이 뉴코 모델의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멧세라 인수로 디앤디파마텍이 맺었던 계약은 고스란히 화이자로 승계되며, 최대 규모로 성장 중인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화이자의 주요 제품을 담당하는 파트너로 입지가 상승했다는 평가다. 그는 기존에는 빅파마에 직접 기술 수출하는 것이 바이오텍의 궁극적 목표였지만, 이번 사례처럼 뉴코를 징검다리로 삼는 우회 경로도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코는 벤처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가 주체가 돼 설립하는 신약개발 특화 회사다. VC가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어떤 적응증을 타깃으로 할지, 어떤 물질과 기술을 도입할지, 어느 지점에서 인수합병이나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지까지 구조를 설계한다. 이후 검증된 경영진과 임상개발 인력을 영입해 빠르게 파이프라인을 전개하고, 대규모 자본을 쏟아부어 임상과 허가까지 직선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특징이다.

 

홍 부사장은 뉴코의 요건으로 대규모 자본 투입, 검증된 경영진과 주요 파이프라인 확보, 빠르고 전략적인 임상 진행, 대형 엑시트 목표를 제시했다. 과학자 출신 창업자가 연구주도형으로 회사를 이끄는 일반적인 바이오벤처와 달리, VC가 회사 설립과 운영 전반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기술의 과학적 우수성뿐 아니라 인수 가능성이 높은 적응증 선정, 빅파마의 포트폴리오 수요, 상장 시장의 밸류에이션 조건 등 자본시장의 언어가 초기부터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멧세라 사례는 이런 뉴코 구조와 기술이전 전략이 결합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디앤디파마텍 입장에서는 직접 화이자와 대형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뉴코인 멧세라와의 기술이전을 통해 화이자의 비만치료제 개발망 안으로 진입했다. 특히 경구용 GLP 1 후보물질을 보유한 멧세라가 빅파마에 인수되면서, 고가 주사제 중심이었던 비만치료 시장의 제품 구성이 경구제로까지 확장되는 흐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GLP 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이 향후 10년간 제약산업의 성장 동력을 좌우할 핵심 영역으로 보고 있다. 주사제 중심의 선두주자들이 시장을 키우는 가운데, 경구제 경쟁이 본격화되면 복용 편의성과 환자 순응도 측면에서 추가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홍 부사장은 빅파마가 멧세라 인수 후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만큼, DD02S를 포함한 파이프라인 임상 진입과 확대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 VC를 중심으로 다양한 뉴코들이 등장해 희귀질환, 종양, 면역질환 등 미충족 수요가 큰 영역을 겨냥하고 있다. 일부 뉴코는 설립 직후부터 수억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뒤, 특정 타깃에 집중해 1상과 2상을 단기간에 마무리하고 빅파마에 라이선스 아웃하거나 기업 인수를 이끌어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속심사 제도와 유연한 자본시장 환경이 맞물려 이런 구조가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반면 한국 바이오텍 상당수는 초기 파이프라인 발굴과 비임상 연구까지는 강점을 보이지만, 2상 이후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구간에서 자금 조달이 막혀 기술 수출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홍 부사장은 투자자 주도 뉴코 모델이 활용될 경우 국내 기술을 글로벌 임상과 인허가 단계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새로운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과 규제 환경이 VC 중심의 공격적인 엑시트 구조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뉴코 모델이 K바이오의 체질 개선을 촉진할 수 있지만, 기술의 질을 희생한 단기 엑시트 지향 전략으로 흐를 위험도 있다고 본다. 인수합병과 상장에 초점이 맞춰지면 장기적인 환자 가치, 안전성 데이터 축적, 후속 적응증 확장 전략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어서다. 또 국내에서는 대형 제약사가 뉴코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거나 공동 투자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제도와 산업 문화 전반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부사장은 미국 VC 중심으로 성공적인 뉴코와 빅파마 협력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며,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적응증을 겨냥한 뉴코 설립이 확대되는 추세에 국내 기업과 투자 업계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뉴코 모델과 같은 새로운 투자 구조가 K바이오의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게 만들지,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실제 상용화와 환자 치료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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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마텍#멧세라#화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