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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S 구독 이후까지 책임진다…AWS, 마켓플레이스 진화로 클라우드 재편

강다은 기자
입력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구독이 ‘사고 잊어버리는 서비스’에서 ‘가치 실현까지 관리하는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의 소프트웨어 유통 플랫폼 AWS 마켓플레이스가 단순한 솔루션 장터를 넘어, 고객이 구독한 뒤 실제로 기능을 설정하고 활용해 성과를 내는 단계까지 개입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어서다. 인공지능과 서비스형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AWS는 구매 여정 전체를 데이터 기반으로 재설계하며 파트너와 고객 락인 경쟁의 구도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AWS 마켓플레이스 및 파트너 서비스 부문을 총괄하는 맷 얀치신 부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AWS 리인벤트 2025 현장에서 “AWS 마켓플레이스는 이제 필요한 솔루션을 찾고 구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고객이 구독한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실제 가치를 얻는지, 즉 구매 이후의 여정을 개선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AWS 마켓플레이스는 기업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검색하고 구매한 뒤, AWS 인프라 위에서 바로 배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거래 플랫폼이다. 서버 보안, 데이터 분석, 개발 도구, 데이터 세트, 컨설팅 서비스까지 다양한 상품을 한곳에 모아, 사용량 기반 과금부터 연 단위 계약까지 여러 결제 모델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IT 솔루션 기업은 자체 소프트웨어와 컨설팅을 등록해 판매할 수 있고, 구매 기업은 AWS 계정 안에서 과금과 배포, 접근 제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얀치신 부사장은 디지털 미디어와 기술 분야에서 25년 이상 활동한 인물로, 13년 전 AWS 합류 초기만 해도 “클라우드는 시작 단계였고 AWS 마켓플레이스도 서버 기반 제품을 셀프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하는 수준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수요가 서버 라이선스에서 SaaS 구독으로 넘어가면서 마켓플레이스도 자연스럽게 SaaS 중심으로 구조를 바꿨고, 그 과정에서 스플렁크와 같은 서비스형 분석 플랫폼이 대표적인 성장 사례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AI 에이전트의 프로덕션 도입이 가속되며 또 한 번의 변곡점이 형성되고 있다. AWS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마켓플레이스에 AI 에이전트 전용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얀치신 부사장은 “예전 SaaS 전환기와 비슷한 흐름이 느껴질 정도로 비즈니스 모델과 구매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파트너사들이 AI 기반 서비스로 혁신하는 모습을 보며, 저희 팀이 다루는 영역도 한층 다층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 카테고리는 기업이 대화형 지원, 반복 업무 자동화, 데이터 분석 보조 등 특화 목적의 에이전트를 선택해 바로 테스트하고 배포할 수 있는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AWS 마켓플레이스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구매 이후 단계’에 대한 집중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가트너는 구매된 SaaS 구독의 25퍼센트가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전혀 활용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구독만 하고 기능 설정과 조직 내 도입이 이뤄지지 않아 비용 누수가 발생하는 구조다. 얀치신 부사장은 이 수치를 “고객과 파트너 모두를 도울 수 있는 큰 기회”로 보고 AWS 마켓플레이스 내에 ‘퀵 런치’ 기능을 도입했다.

 

퀵 런치는 고객이 마켓플레이스에서 제품을 구독한 직후, 해당 솔루션을 AWS 서비스와 함께 쓰도록 단계별 설정 과정을 자동 안내하는 워크플로 기능이다. 단순 설치 안내를 넘어 데이터 소스 연결, IAM 권한 설정, 네트워크 구성 등 실제 운영에 필요한 필수 단계를 클릭 기반으로 축약한다. 얀치신 부사장은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클릭 수가 얼마나 줄었는가”라며 “데이터브릭스용 퀵 런치를 도입하면서 AWS에서 데이터브릭스를 설정하는 데 필요한 클릭 수를 60번 이상에서 6번 이하로 줄였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퀵 런치도 같은 방식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구독 후 첫 사용까지의 장벽을 낮춰 고객이 가치를 체감하는 시점을 앞당기고, 판매사에는 재구독과 확장 계약을 유도하는 구조다.

 

특히 이번 전략은 한국 시장 확대와 맞물려 K SaaS의 글로벌 진출 경로에도 변화를 던지고 있다. AWS는 4월 AWS 마켓플레이스에 한국 구매자와 판매자를 정식 지원하는 기능을 도입하며, 한국 로컬 서비스를 본격 가동했다. 이를 통해 국내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 리셀러, 시스템 통합업체 등은 AWS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해외 고객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구매 기업은 결제 시 원화와 미 달러 중에서 통화를 선택할 수 있어 재무·회계 처리 측면의 부담이 줄었다.

 

서비스 확장에 따라 네오사피엔스, 솔트룩스, 슈퍼브에이아이 등 국내 주요 AI·데이터 기반 ISV의 솔루션이 AWS 마켓플레이스에 등록됐고, LG CNS, 메가존클라우드, SK AX 등 국내 채널 파트너도 한국 법인을 기반으로 CPPO 프로그램을 활용해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안할 수 있게 됐다. 얀치신 부사장은 “한국 로컬 법인 설립, 세금과 결제 시스템, 원화 지원, 현지 판매자 온보딩 체계까지 갖췄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트웰브랩스와 업스테이지 같은 기업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고객으로 훨씬 쉽게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매우 역동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직접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고 밝힌 얀치신 부사장은 “특히 AI 분야에서 눈에 띄는 혁신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트웰브랩스, 업스테이지 같은 스타트업은 물론 LG 같은 대기업까지 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해 자체 기술을 세계로 확장하고 있는데, 이런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는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AWS 입장에서는 한국의 AI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글로벌 고객을 확보할수록,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와 데이터 서비스 사용량도 동반 성장하는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보면, AWS 마켓플레이스의 ‘구독 이후’ 전략은 경쟁 클라우드 사업자 대비 차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 대부분이 자체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지만, 실제로는 라이선스 판매 관문에 집중한 경우가 적지 않다. AWS는 클릭 수와 배포 시간 같은 사용 데이터까지 관리 지표에 포함시키며, 파트너가 고객 활성화와 유지율을 높일 수 있게 돕는 방향으로 설계를 강화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카테고리 신설도 유사한 맥락에서, 단순 모델 제공이 아니라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접목될 수 있는 형태의 상품 구성을 목표로 한다.

 

규제와 제도 측면에서 마켓플레이스의 역할은 간접적이지만, 결제 통화 다변화와 세금 처리 자동화, 준법 감시 기능 등은 각국 데이터·보안 규제 대응에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전자세금계산서, 부가가치세 규정이 복잡한 시장에서는 글로벌 SaaS가 직접 진입하는 방식보다 마켓플레이스를 통한 간접 진출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AWS는 로컬 사업자 등록과 결제 인프라를 정비하며, 판매자와 구매자의 규제 준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설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WS 마켓플레이스의 행보가 SaaS와 AI 서비스의 유통 방식을 다시 정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구독 이후 사용률과 가치 실현 속도를 핵심 지표로 삼으면, 솔루션 제공 기업도 초기 판매보다 장기 성과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는 AI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복잡해질수록 ‘배포 경험’과 ‘운영 편의성’이 제품 경쟁력의 일부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얀치신 부사장은 “AWS는 구매 과정뿐 아니라 구매 이후 단계까지 혁신하고 있다”며 “고객이 제품을 실제로 활용해 성과를 얻도록 돕는 것이 마켓플레이스의 다음 성장 축”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업계는 AWS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제시한 구매 이후 지원 모델이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지 주시하고 있다. 대형 고객과 복잡한 규제 환경이 얽힌 B2B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구독만으로는 부족하고, 온보딩과 운영까지 묶은 서비스가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변화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AI 중심의 클라우드 생태계 재편 속에서 어떤 사업자가 ‘구독 이후’ 경쟁을 주도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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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마켓플레이스#네오사피엔스#트웰브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