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 패러다임 바꾼다”…제약바이오 업계 투자 가속
인공지능(AI) 기술이 전통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약 개발 및 생산 환경을 급변시키고 있다. 제약사들은 연구개발(R&D)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높이고자 AI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AI가 신약 후보물질 탐색, 임상시험 설계, 의약품 생산 공정 자동화 등 전주기를 관통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최근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빅데이터 분석과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 신약연구본부 산하에 ‘AI 부트 캠프’를 마련해 17명의 전문인력을 배치했다. 이들은 AI를 활용해 신약 타겟 탐색, 후보물질 발굴, 의료 데이터 해석 역량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AI랩’ 조직을 통해 생산 공정 자동화, 실시간 변수 예측, 공정 최적화에 AI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바이오리액터 내 세포 성장 등 주요 변수 제어에 나선다.

특히 AI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이 산업 전반에 확산되는 추세다. JW중외제약은 딥러닝 기술이 병합된 자체 신약개발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한미약품은 구조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 ‘HARP’를 구축했다. 대웅제약의 ‘DAISY’는 8억 종에 달하는 분자 모델을 사전 데이터베이스화해 신약 후보 도출 기간을 기존 1~2년에서 6개월 내로 단축했다. 녹십자는 AI를 적용해 mRNA 및 LNP 구조 설계 발현율을 높였고, 약물 투여량과 독성 감소 효과도 증명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여겨진다. 미국, 유럽 시장에서는 이미 구글 딥마인드, 인실리코메디슨 등 AI·제약 융합 기업의 활약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는 “기존 방식 대비 기간, 비용, 타깃 정확도 등 모든 측면에서 우위가 확실하다”며, 실제 임상데이터와 연동된 AI 분석의 실효성이 입증될수록 시장 진입장벽도 높아질 것으로 분석한다.
제약·바이오산업 특성상 후보물질 탐색, 임상시험, 규제당국 제출까지 각각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된다. AI는 이런 데이터의 상관관계와 가능성 탐색에 강점을 가져, 후보물질 발굴은 물론 독성 예측, 부작용 분석까지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하지만 식약처, FDA 등 이머징 규제환경에선 AI분석 자료의 정확성·투명성 확보, 임상 데이터 활용 윤리 등이 중요한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정재원 iM증권 연구원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에 이르는 단계별 데이터가 AI 학습 모델 성능의 핵심 변수”며, “제약사 고유의 데이터 자산과 AI 알고리즘 융합이 신약개발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이번 AI 기반 기술 혁신이 실제 의약품 개발 시장에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