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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루와인동굴의 시원함, 적상산의 붉은 빛”…무주에서 만나는 계절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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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루와인동굴의 시원함, 적상산의 붉은 빛”…무주에서 만나는 계절의 미학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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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며 무주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그저 산세가 험한 지방으로 여겨졌지만, 지금 이곳은 자연과 계절의 미묘한 아름다움을 찾는 이들의 일상이 됐다.

 

무주는 전라북도 동북부, 덕유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높은 산과 맑은 강의 땅이다. 요즘 이곳에서는 적상산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며, 흐린 날씨 아래 산의 윤곽선이 한층 더 선명해지는 순간을 SNS에서 인증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9일 오후 무주군의 기온은 20.2도. 가을의 초입치고는 산책하기 딱 알맞은 온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적상산 전망대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적상산 전망대

이런 변화는 명소에서도 확인된다. 적상산 자락에 자리한 머루와인동굴은 무주 특산 머루로 만든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동굴 안은 언제나 13~17도의 쾌적함을 품고 있어, 더운 계절에도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준다. 신비로운 조명과 머루 와인 시음, 그리고 생산 과정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과 사람이 빚어내는 조화로움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숲길을 따라 오르면, 사찰의 평온함도 맞이할 수 있다. 고려시대 건립된 안국사는 천년의 시간을 지나온 고찰답게 고요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로, 산책하는 이들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사찰 경내를 거닐며 고목과 옛 건물의 조화를 바라보는 순간, ‘이런 곳에 오길 잘했다’는 속마음이 절로 번진다.

 

그리고 적상산사고. 이곳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장소다. 산세가 수려한 이곳에 중요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선조들이 자연지형을 지혜롭게 활용했던 덕분이었다. 실제로 적상산사고를 찾은 한 여행자는 “이런 깊은 산중에 역사의 흔적이 살아 있다는 것에 새삼 마음이 차분해졌다”고 고백했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과 사고의 고즈넉함이 어우러져 산책하는 이들에게 남다른 기억이 돼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무주는 오래 머무를수록 새로운 곳이 더 많다”, “머루와인동굴은 꼭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는 공감이 이어지고, “적상산 단풍 구경은 올해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설렘이 퍼진다. 그만큼 자연의 미학과 역사적 스토리가 일상에 스며드는 시간이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여행이지만, 계절을 온전히 느끼고 싶을 때 무주는 늘 부드러운 손길로 맞아준다. 산과 동굴, 고찰과 기록의 숨결 속에서, 우리 삶의 방향도 조금씩 느리게, 그리고 깊게 움직이고 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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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덕유산#머루와인동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