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북 전단 살포 사실상 봉쇄”…항공안전법 국회 통과에 여야 격돌

한유빈 기자
입력

정책을 둘러싼 안보 논리와 표현의 자유 논리가 다시 충돌했다. 국회가 무인 비행기구 운항을 대폭 제한하는 항공안전법 개정안을 처리하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북 전단 살포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국회는 2일 밤 본회의에서 항공안전법 개정안을 재석 234명에 찬성 156명, 반대 77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고, 국민의힘은 전원에 가까운 반대표로 맞섰다.

개정안은 통제구역 또는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드론 등 무인 자유기구에 물건을 매달아 띄우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근거를 두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기존에 항공기 운항 규칙의 적용 대상을 항공기를 운항하는 사람으로 한정했던 것을 법인, 기관, 단체 등으로 확대해 책임 주체를 넓혔다.

 

국토교통부 소관 항공안전법상 그동안 무인 비행기구는 외부에 매단 물건의 무게가 2킬로그램 미만일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 없이도 비행금지구역에서 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로 통제구역 내에서의 무인 비행기구 활용이 일괄 차단되면서, 이 수단을 이용한 대북 전단 살포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표결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과거 위헌 결정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2023년 헌법재판소는 대북 전단 살포 금지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며 “개정안은 사실상 대북 전단 금지법을 부활시키려는 명백한 꼼수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보 명분을 앞세워 표현 행위를 전면 차단하는 입법은 헌법 질서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안보와 접경 지역 주민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찬성 토론에서 “무인기를 북에 보내 전쟁을 일으키려 한 행위, 민간 단체를 부추겨 남북 간 갈등을 부추기려 한 행위는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전단 살포가 군사적 충돌 위험을 키우고 남북 관계 악화를 초래해 왔다며, 이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격앙된 분위기는 본회의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강원도 접경 지역임을 강조하며 “내가 접경지역 국회의원인데 그렇지 않다”고 큰 목소리로 항의했다. 복기왕 의원의 발언이 접경 지역 주민 다수의 인식과 다르다고 반박한 셈이다.

 

여야 공방은 항공안전법이라는 형식적 틀을 두고 있지만, 실제 쟁점은 대북 전단 살포 제한에 모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남북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접경 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가 이미 문제 삼은 대북전단금지법의 핵심 조항을 다른 법률로 우회해 되살리는 입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헌법재판소 판단과의 정합성이 향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야당 일각에서 위헌 소송 제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항공안전법 개정안은 입법부를 넘어 사법부의 판단대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국회는 이날 항공안전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도 표결 처리까지 마무리했다. 정치권은 대북 전단 살포와 표현의 자유 제한 문제를 매개로 당분간 거센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향후 헌법재판소 판단과 남북 관계 상황에 따라 입법 논의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유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항공안전법#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