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200억 교환사채 전격 취소…태광산업, 자사주 처분 철회로 주주가치 방어
태광산업이 3천200억 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과 자사주 처분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논란이 커진 자사주 활용 자금 조달 방안을 접고 주주가치 보호 기조를 앞세운 조정에 나서면서, 향후 자금 조달 전략 변화와 시장 신뢰 회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광산업은 24일 공시를 통해 3천200억 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과 보유 자사주 처분 결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회사는 지난 6월 27일 신사업 추진과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태광산업은 이번 철회 배경에 대해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 방향과 주주가치 보호 원칙을 감안했다며, 자사주를 처분해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구조가 정책 기조와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제기된 주주가치 훼손 우려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교환사채 발행을 둘러싼 법적 분쟁과 시장 불확실성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 태광산업은 소액주주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고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거래 상대방과의 발행 조건 재조정 협의가 지연됐고, 애초 계획했던 시점에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발행을 접었다는 설명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태광산업의 EB 구조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와 이익을 크게 희석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자사주를 활용한 자본성 조달이 경영권 방어와 특정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 과정에서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사들의 위법행위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기관투자가까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 이슈가 부각됐고, 태광산업의 자금 조달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감독당국도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증권신고서에서 발행 상대방 관련 중요 사항이 누락됐다고 보고 정정명령을 내렸다. 특히 조달 자금의 구체적 사용 목적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고, 회사가 해당 자금 운용 계획을 보다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리스크가 불거지며 발행 일정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태광산업은 교환사채 발행 취소와 별개로 중장기 투자 계획은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현재 애경산업 인수와 코트야드 메리어츠 호텔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며, 부동산과 조선업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획된 인수·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EB 철회로 단기간 대규모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힌 만큼, 대체 재원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태광산업은 향후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외부 차입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 과정에서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해 시장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희석 우려를 줄여 주주가치 방어에 기여할 수 있지만, 다른 방식의 레버리지 확대가 이뤄질 경우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소지도 있다고 본다. 투자자들은 조달 수단 전환 과정에서 이자비용과 재무비율 변화, 신용도 영향 등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환사채 발행 계획이 공식 철회되면서, 앞으로는 자사주 활용 방식과 자본 정책 전반에 대한 주주·당국의 검증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태광산업이 후속 자금 조달과 투자 집행 과정에서 얼마나 투명한 정보 제공과 주주친화 정책을 병행할지에 따라 시장 평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